“무능이 폭력” 전남경찰 비판…장애여성 성폭행 엄정수사 촉구
피해자 진술 분석관 ‘진술 신빙성 있다’ 평가 경찰이 배척…입법 취지 부정 성토
발달장애 여성 집단성폭력 피해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연대단체 회원 100여 명은 27일 오후 전남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348회 ‘열세 명의 공모자들’편을 통해 공개된 발달장애 여성을 상대로 한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한 엄정한 재수사와 장애인 대상 성범죄 사건 대응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10년이 넘도록 마을 주민들에 성폭력 피해를 입어 왔고 겨우 고소를 했음에도 13명의 가해자 중 혐의를 인정한 단 한 명만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사망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증거 불충분’, ‘합의된 관계’,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았다’,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 등 가해자들의 주장과 같은 이유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또 장애인복지법에 반드시 수사기관이 장애인 학대 피해(성폭력 포함)에 대해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에 학대 사실을 통보해 진술이나 보호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있고, 수사기관의 수사 실무에도 명시돼 있음에도 경찰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에서 장애로 인한 취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피해자 진술 분석관의 피해자 진술에 대한 평가에서 ‘신빙성이 있다’고 판정됐음에도 경찰이 이를 모두 배척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법에 명시된 장애인 성폭력 범죄의 입법 취지를 전면 부정하고, 장애인 피해자 특성에 대해 몰이해적인 태도로 판단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동대책위는 발달장애 여성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과 성폭력 법률 입법 취지에 입각한 제대로 된 수사, 모든 장애여성 성폭력 피해사건에 대한 전문기관 통보, 전문 상담기관 연계, 2차 가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피해 여성은 입장문에서 “피해 진술을 했지만 경찰이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드러냈고, 딸 역시 어머니가 피해자라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침에도 경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가해 가족들을 중심으로 한 2차 피해를 호소하며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했다.
발언자로 나선 문애준 전남장애인연대 대표는 경찰의 장애감수성과 성인지감수성 부족으로 어이없는 결과를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성폭행 피해 사건이었음에도 피해자 조사를 남성 경찰관이 하는 등 여성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남성 중심의 폭력적 수사가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서미화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와 이정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남지부 대표, 황승옥 전남여성인권단체연합 대표는 법을 집행하는 경찰이 법대로 하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하고, 제대로 된 수사로 더 이상 억울함이 없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현선 목포여성의전화 대표는 “무지와 무능이 폭력이 되는 자리가 있다”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하는 경찰이 피해자의 말을 들을 준비조차 돼 있지 않은 무능함을 보였다고 비판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동대책위 대표자들은 이충호 전남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 청장의 부재로 자치경찰부장과 여성청소년과장과 면담이 진행됐다.
대표자들은 면담을 통해 추후 학대 발생시 관계기관 통보, 담당 수사관에 대한 징계 등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약속도, 잘못에 대한 인정도 없이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공문을 통해 재차 요구사항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기림 활동가를 통해 2차 피해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한편 오는 5월 2일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에서는 사건 관련자 중 유일하게 기소된 가해자에 대한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다.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무안=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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