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워싱턴 선언' 다음날...文 "비핵화, 중·러와도 협력해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27일 대북 정책에 대해 “남ㆍ북과 미국이 함께 대화 복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러시아와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국거래소에서 한반도평화포럼(이사장 김연철) 주최로 열린 ‘4ㆍ27 판문점선언 5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판문점선언을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이자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기적같이 만들어 낸 평화의 봄”이라고 평가했다. 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판문점선언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선언이다. 한반도 비핵화, 연내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담고 있다. 이 선언에 따라 남북은 개성에 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했으나 북한은 2020년 6월 일방적으로 사무소를 폭파했다.
문 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더 이상 전진되지 못하고 남과 북의 소중한 약속들이 온전히 이행되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며 “아직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문점 선언이 약속한 평화의 길은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 판문점 선언의 성과가 일시적으로 지워지고 후퇴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미래로 다시 이어지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경쟁하듯 서로를 자극하고 적대시하며 불신과 반목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에는 평화가 깨어지고 군사적 충돌을 부추기게 돼 국민의 생명도 안전도 경제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늦기 전에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대화 복원과 긴장해소, 평화의 길로 하루속히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판문점선언 1주년인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 열린 한반도평화포럼의 판문점선언 기념행사다. 포럼 이사장은 문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김연철 전 장관이, 명예이사장은 DJ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 전 장관이 맡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동연 경기지사, 김영주 국회부의장,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김수현ㆍ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문 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전해철ㆍ정태호ㆍ진선미ㆍ이용선ㆍ김영배ㆍ김한규 의원 등 문 정부 출신 의원도 다수 참석했다.
전날(현지시간) 한ㆍ미정상회담에서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해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선언’이 발표된 가운데 이날 학술회의에선 최근 윤석열 정부의 외교ㆍ안보 전략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임 전 장관은 격려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 불사’까지 공언하며 군사적 긴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기울였던 것과 같은 평화의 노력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종석 전 실장은 기조연설에서 ‘한ㆍ미 양국은 북한의 핵공격 시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발표를 인용하며 “1994년에 ‘서울 불바다’ 발언을 들었을 때만큼이나 섬뜩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불바다’ 발언은 김영삼 정부 시절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앞두고 열린 남북 실무대표 회담에서 나온 발언으로, 대남 도발의 상징적인 표현이다. 임 전 실장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로 위험천만한 역주행을 하고 있다”며 “평화는 그렇게 오지 않는다. ‘확장억제’는 우리에게 평화를 선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는 인내와 대화, 설득과 타협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이날 환영사에서 “소위 워싱턴선언은 아주 화려한 ‘립서비스’와 과도한 포장이 있을 뿐”이라며 “국빈 만찬을 위한 정상회담이었지, 국익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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