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대형 오심 논란인데 KFA 심판위원장은 공백… K리그 신뢰만 금 갔다

서호정 기자 2023. 4. 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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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2020년 K리그 심판 운영 주체는 프로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KFA)로 이관됐다. 2019년 12월 KFA 이사회가 결의한 '심판 행정 일원화' 정책에 의거한 결정이었다. 축구협회는 "심판 관리는 각국 협회가 독점적 권한을 갖고 행사해야 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판 행정 일원화와 함께 KFA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국내 심판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바뀐 것은 기본적으로 오심 탓이고 교육을 통해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언론, 구단, 팬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의구심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되는 판정 이슈에 대해 심판위원회가 직접 브리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5월에 발표된 판정 공개 브리핑은 3개월을 채 가지 못했다. 몇 차례의 결정적 오심에 대해 초반에는 심판위원장과 전문 강사가 미디어 앞에 나서 설명했다. 그럼에도 구단과 팬들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았다. 미디어에서도 오심 논란이 이어지는데 사후 약방문처럼 설명하고 유감이라고 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 반문했다. 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러가자 위축된 KFA는 후반기부터는 브리핑을 열지 않았다. 이후부터는 KFA 홈페이지를 통해 심판평가소위원회 결과를 오심, 정심 여부만 간략하게 통보하는 식으로 전환했지만 2022년부터는 그마저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


4월 26일 K리그에서 오심 논란이 나왔다. 강원FC와 FC서울이 맞붙은 춘천종합운동장. 첫 승이 간절했던 홈팀 강원은 후반 45분 터진 수비수 이웅희의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3-2로 앞서며 목 말랐던 승점 3점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문제의 장면은 후반 추가시간이 끝나갈 무렵 서울이 얻은 코너킥이었다. 기성용이 올린 코너킥을 공격에 가담한 서울 수비수 김주성의 헤더를 강원의 한국영이 문전에서 몸을 던져 막아냈다. 이후 혼전 상황에서 팔로세비치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왼발 슈팅으로 연결, 강원 골망을 흔들었다. 그런데 채상협 주심은 팔로세비치의 슈팅 순간 휘슬을 불었다. 앞선 문전 혼전 장면에서 서민우가 넘어졌고, 주심은 김진야가 손을 이용한 파울을 범했다고 봤다. 


느린 화면으로 다시 본 상황은 달랐다. 김진야는 앞서 강원 이웅희와 짧게 몸싸움이 있었지만, 서민우는 백스텝을 하다 이웅희에 걸려 넘어졌다. 채상협 주심이 휘슬을 분 타이밍도 문제였다. 팔로세비치의 슈팅까지 시퀀스를 다 보지 않고 섣불리 불었다. 그러면서 득점 인정 여부를 따질 수 있는 비디오판독(VAR)이 이뤄지지 못했다. 슈팅을 다 보고 불었다면 김진야의 파울 여부를 VAR로 확인하고 득점 인정을 따져볼 수 있었다. 


판정 하나로 경기의 가치가 반토막났다. 이날 강원은 첫 승에 대한 절박함을 안고 처절한 경기를 펼쳤다. 이정협의 부상과 디노의 부진으로 결정력이 저조한 상황에서 최용수 감독이 최근 잇달아 기용한 2002년생 공격수 박상혁이 강원의 시즌 첫 필드골을 기록했다. 임창우 대신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팀 최고참 이웅희는 7년 만에 결승골을 터트렸다. 경기 막판 육탄 방어로 1골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한 선수들의 노력도 눈부셨다. 최용수 감독조차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승리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원정팀 서울도 후반 인상적인 총공세를 펼쳤다. 안익수 감독은 로테이션 전략을 가동했지만 후반 초반 2골 차로 벌어지자 이한범, 이태석, 황의조를 동시 투입했다. 팔로세비치, 한승규까지 넣어 공세를 펼치며 2-2로 따라갔다. 승점을 가져가기 위해 막판까지 계속 두들겼지만 휘슬 하나에 노력이 허무해졌다. 승리한 강원도, 패배한 서울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명승부였다. 


KFA는 현재 심판위원장이 없다. 지난 1월 중순 김동진 심판위원장을 새로 선임했지만 4월 초 승부조작 선수를 포함한 대규모 사면 파문으로 부회장단과 이사진이 전원 사퇴하면서 3개월도 안 돼 물러났다. 심판위원장은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공식 경기의 심판 선발, 교육 배정, 평가를 총괄하는 인물이다. 축구 시스템의 기능적 요소 중 가장 중요한 파트를 맡고 있는데 여론 악화를 피하기 위해 총사퇴를 결정하면서 엄한 공백 요소가 발생했다. 판정 분야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심판위원장 공백 속에 KFA는 심판위원들이 해당 업무를 보고 있다. 하지만 위원장 리더십 부재 속에 빠른 판단에 의한 피드백과 조치가 나오긴 어렵다. 이번 오심 논란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자 27일 오전 비디오 분석을 통해 확인 후 문제 소지를 인지하고 오후에 소위원회를 긴급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오전에 어느 정도 답은 나왔다. 비공개를 전제로 서울 쪽에 미안하다는 의사가 전달됐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판정은 최대한 정확해야 하지만 오심이 나오면 인정과 사과도 신속해야 한다. 결과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납득 가능한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 다음이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다. 최근 J리그는 개막전부터 결정적 오심이 나왔다. 골라인과 관련한 오심으로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1-0으로 승리할 경기를 0-0으로 마쳤다. 오기야 겐지 일본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오심을 인정하고, 히로시마 구단을 직접 방문해 사과했다. 


KFA에서는 지금 이런 적극적이고 진심 어린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 K리그 판정 기능을 가져온 뒤 하려던 최소한의 노력도 소리소문 없이 증발했다. K리그는 올 시즌 여러 호재가 겹치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관중 숫자, 온라인에서의 화제성 등 흥행 분위기를 찾았다. 하지만 정작 변수는 밖에서 일어난다. 승부조작 가담자를 사면 조치하려던 KFA에 유일하게 반대했던 것은 K리그였다. 이번에는 판정이 주는 신뢰에 큰 금이 갔다. K리그가 한국 축구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이라면 KFA가 이런 식으로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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