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지식재산]명품 로고 활용해 가방 리폼? "상표법 위반입니다"

디자인등록 등으로 권리 지켜야
타인의 지식재산 침해 않도록 주의
저작권 보호기간 만료되면 활용 가능

자료사진(기사 내용과 무관)

디자인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경쟁 입찰에 참여했다가 디자인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PT 발표를 하면서 클라이언트 업체 B사에 디자인 시안 3개 종류를 공개했다. 그런데 디자인 PT 발표 도중 B사 관계자가 사진을 찍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B사는 세부 견적서를 보고 비싸다는 이유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 B사에서 유사한 디자인을 활용해 투자 유치를 했다는 소식을 우연히 기사로 접했다. A씨는 "당시 제안한 디자인 형상과 100% 동일하진 않지만 비슷한 형태"라고 했다.

김태봉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사무총장은 "A씨와 비슷한 피해를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다른 사례로 PT 발표에서 공개된 여러 개의 시안 중에 1개만을 택해야 하는데 '다 갖겠다'고 떼를 쓰는 클라이언트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디자인 관련 지식재산(IP)에 대한 인식 부족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디자인 업계에서 지식재산을 둘러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가 발표한 '2021년 디자인기업 공정거래 실태조사'를 보면 디자인전문업체 10곳 중 1곳은 지식재산권 관련 피해를 경험했다. 주요 분쟁 대상은 중소기업(56%, 복수응답)과 정부·지자체·공공기관(45%), 대기업(17.4%) 순이었다. A씨처럼 PT 과정에서 공개된 디자인을 상대방이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는 저작권 침해나 비밀유지의무 위반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디자인 도용을 막으려면 디자인등록 등 지식재산권을 확보해 자신의 디자인을 보호하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디자이너도 다른 이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한다. 창업자 C씨는 명품 더스트백을 리폼해 가방을 만드는 창업을 하기 위해 자신의 SNS에 명품사 '에OOO' 더스트백을 리폼한 사진을 올렸다가 낭패를 봤다. 해당 명품사로부터 상표권 침해와 부정경쟁행위를 했다며 내용증명서를 받은 것이다. C씨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운영하는 무료 법률자문단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구했다.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용우 변리사(특허법인 아주)는 "명품사의 로고 부분만 남기고 디자인이나 소재를 바꿔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리폼해 판매하거나 광고를 하는 건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에서 널리 인식된 타인의 표장을 사용해 소비자를 혼동하게 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직접적인 민·형사 대응을 막기 위해 답변서에 회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명품사의 제품을 직접 모방한 것뿐만 아니라 더스트백이나 쇼핑백에 쓰인 로고를 활용해 리폼하는 것만으로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나단 변호사(법무법인 삼일)는 "브랜드 보호에 적극적인 명품사의 경우 손해배상청구를 요구할 수 있으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자유롭게 디자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 저작권의 보호기간이 만료된 명화가 그에 해당한다. 저작물 보호기간은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이다. 2011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보호기간이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났다. 구스타프 클림트(사망연도 1918년), 빈센트 반 고흐(1890년)와 같이 작고한 유명 작가의 작품은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나 원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정병홍 변리사(베스티안 특허법률사무소)는 "이렇게 만들어진 저작물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고, 미적 감각이 있는 디자인 창작물의 경우에는 디자인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