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이재명에게 연말까지 시간줘야…송영길 잘 결정했다”
1987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서 ‘6·10민주항쟁’을 이끌었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5월 제21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와 함께 모교가 속한 서울 서대문갑에서 이어온 16년(4선) 의정 생활을 마무리한다. 그는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이다.
우 의원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세대를 키워야 하기에 물러난다”며 “당이 좋은 인재를 영입해 공천해주면 그분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논란에 관해서는 “이 대표에게 연말까지는 시간을 드려야 한다”면서 “연말까지 총선 승리의 희망을 만들지 못하면 이 대표 체제에 대해 당내에서 한 번 더 고민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친구’ 송영길 전 대표가 탈당한 것에 대해선 “마음 아프지만 빠르게 결정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를 떠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대문에서 충분히 사랑받았고, 당에서도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까지 했으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다음 세대를 키워야 한다. 그리고 광역단체장에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국회의원 열심히 하겠으니 찍어주세요’라는 말을 못하겠더라. 또 586(50년대생·80년대 학번·60대)들이 그렇게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불출마 선언 후 바라보는 한국 정치의 모습은 어떤가.
“불필요한 정쟁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왜 저런 싸움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조금 거리를 두고 국민의 시선에서 보면 다 보이는데 막상 정치할 때는 안 보이더라. 이 때문에 한국 정치의 생산성이 너무 낮아졌고, 국민이 느끼는 효능감도 굉장히 낮아졌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586 용퇴론’이 다시 나온다.
“586 용퇴론은 일반화의 오류고, 특정 세력을 낙인찍기 위해 사용하는 프레임이다. 586 중에는 초선 의원도 있고 5선 의원도 있는데 세대 전체를 물러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송영길도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영춘은 아예 정계를 은퇴했다. 오영식도 정치 활동을 안 한다. 대표적 586 인사의 70~80%가 내년 선거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 상황에서 586 용퇴론은 실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당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그건 사실 밥값이라고 봐야 한다. 민주당에도 과거에 전당대회 후보들이 지역위원장들에게 돈봉투를 뿌리는 관행이 있었지만 2004년 이후로 사라졌다. 그래도 캠프가 차려지면 실무자들 밥값은 조달해야 하지 않나. 물론 극복해야 할 관행인 것은 맞지만 무슨 부정부패 사건처럼 몰아가는 것은 검찰의 과잉이라고 본다.”
-여당은 계속 공격할 텐데.
“여당도 지나치게 정쟁의 도구로 쓰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좋겠다. 국민의힘도 지난 전당대회 때 태영호 의원을 제외하고 다 캠프를 꾸렸지 않나. 그 비용을 어떻게 만들었겠나. 만약 국민의힘에서도 관련 사례가 나오면 그때는 어떻게 방어하려고 저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오랜 친구인 송영길 전 대표가 탈당했다.
“정치적으로 굉장히 큰 타격을 받은 셈이라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송 전 대표가 빠르게 잘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질질 끌지 않고 빨리 귀국해 탈당했기 때문에 전직 대표로서 기본적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한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나.
“지금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135석 이상 확보하기 힘들 것이다. 민주당은 특히 수도권에 의석이 많은데 서울은 아직도 중도층 민심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굉장히 긴장해야 한다. 총선은 희망을 만들어내서 유권자가 그 희망에 투표하도록 하는 일인데, 지금 민주당은 그게 부족하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것으로 보나.
“관건은 이 대표 체제에서 제1당을 만들 수 있는, 총선 승리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 판단의 시점은 연말쯤이 될 것이고, 이 대표에게도 연말까지 시간을 드려야 한다. 만약 연말까지 총선 승리의 희망을 만들지 못하면 당 내부에서 이 대표 체제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할 시점이 올 것이고,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정부의 1년을 평가한다면.
“지금 한국은 민주주의의 위기, 한반도 평화의 위기, 그리고 심각한 경제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3대 위기에 봉착한 것은 철저히 이 정부의 책임이다. 자꾸만 전 정부 탓을 하는데 3대 위기는 모두 이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이 더 큰 위기를 느끼고 삶이 더 고통스러워졌다면 윤석열정부 1년의 성적표는 초라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야당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하고, 국민 통합과 민생 전념을 국정 운영의 기조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최승욱 박장군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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