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13년 4494타석 만에…빅리그 데뷔 꿈 이룬 드루 매기
마이너리그에서만 13년을 버틴 드루 매기(33·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마침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치렀다. 그의 '인간 승리'에 감동한 홈 팬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로 축하를 보냈다.
매기는 2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홈 경기에서 8회 말 대타로 나섰다. 장내 아나운서가 매기의 대타 출전을 알리자 경기장을 찾은 관중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레와 같은 환호로 화답했다.
이유가 있다. 매기는 13년 전인 2010년 신인드래프트 15라운드에서 피츠버그의 지명을 받았다. 부모와 함께 PNC파크를 방문해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머지않아 그 그라운드를 누비게 될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드래프트 후순위 지명자인 매기에게는 좀처럼 빅리그 무대를 밟을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마이너리그에서만 여러 팀을 전전하며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다.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 소속이던 2021년 9월, 매기는 처음으로 MLB에 콜업돼 토론토 원정경기에 동행하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끝내 경기엔 나서지 못하고 벤치만 지키다 마이너리그로 돌아가는 아픔을 겪었다. 매기는 이후 다시 피츠버그로 옮겨 마이너리그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매기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온 건 공교롭게도 한국인 타자 최지만의 부상 때문이었다. 피츠버그는 지난 25일 최지만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60일 부상자명단(IL)에 오르자 그 빈자리에 매기를 불러 올렸다. 빅리그 합류 후 이틀간 다시 더그아웃에 머물던 매기는 피츠버그가 8-1로 앞선 이날 다저스전에서 마침내 오랜 꿈을 이뤘다. 30대 중반의 나이까지 마이너리그 13시즌 1154경기 4494타석을 버텨낸 끝에 얻어낸 순간이었다.
아쉽게도 결과는 삼진. 매기는 다저스 불펜 투수 알렉스 베시아의 초구를 받아쳤지만 파울이 됐다. 2구째를 앞두고 타석을 벗어나 호흡을 가다듬다가 '피치 클록' 위반으로 스트라이크 하나를 더 얻었다. 그 모습을 안타까워 한 홈팬들이 심판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매기는 이후 2구째 파울, 3구째 볼을 기록한 뒤 4구째 슬라이더에 헛스윙해 삼진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피츠버그 팬들은 매기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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