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핵무장 가능성' 차단에 유승민 "한미정상회담, 큰 실망"
[이경태 기자]
▲ 유승민 국민의힘 전 국회의원이 지난 1월 11일 오전 대구 아트파크에서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 조정훈 |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한미정상회담의 초라한 성적표는 큰 실망"이라며 한 평가다. '워싱턴 선언'은 실속 없는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또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반도체법 관련 성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입을 모아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의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상찬하는 가운데 나온 여권 내 첫 비판이다.
본격적인 비판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서였다. 유 전 의원은 이와 관련 "북핵 대응은 화려한 수사 뿐이고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게임체인저는 없었다"고 혹평했다. 기존 미국의 '핵우산' 정책과 다를 바 없는 약속을 받고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닫아 버렸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 국민의 76.6%가 독자 핵무장을 원한다. 2016년에는 52.5%가 독자 핵무장을 지지했는데, 6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라며 "그만큼 우리 국민은 북핵을 진짜 억제할 획기적인 게임체인저를 가져야 할 절박성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워싱턴 선언'은 기존의 핵우산, 확장억제에 화려한 수사만 덧붙인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면서 "핵협의그룹(NCG)의 '협의(consultative)'는 NATO의 핵기획그룹(NPG)의 '기획(planning)'보다 못하다. 기존에 이미 해오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본질이 다를 게 없다"고 평했다.
핵잠수함 등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한반도 배치 약속에 대해서도 "무엇보다 NATO는 5개 회원국에 B-61 핵폭탄 150~200여발을 배치했는데, 우리는 핵무기가 없다"며 "미군의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이 정례적으로 온다지만 며칠 있다 가버리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한다는 '워싱턴 선언'과 관련 "우리 국민 대다수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신뢰하지 못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근거로 완전히 신뢰하는지 대통령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 선언에 북한, 중국, 러시아 웃고 있을 것"
특히 유 전 의원은 "'한국의 미국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는 선언은 충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한미는 동맹으로서 북핵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핵우산과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것인데, 한국이 미국에게 '지속적으로 의존'(enduring reliance)한다는 것은 동맹 간에 쓸 수 없는 무례한 표현"이라며 "이 '지속적 의존'에 대한 대가로 윤석열 대통령은 NPT 의무를 약속하고 한미원자력협정 준수를 재확인함으로써 독자 핵개발의 가능성을 스스로 완벽하게 차단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과 똑같은 재처리와 농축, 호주와 똑같은 핵잠수함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불과 석달 전 대통령 스스로 독자 핵개발 가능성은 왜 말했는지 의아하기 짝이 없다"며 "오랫동안 핵공유, 전술핵 재배치, 독자 핵개발이라는 대북 게임체인저를 주창해왔던 저의 눈에는 '워싱턴 선언'이 과거와 무엇이 다른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구소련 해체 당시 미국·러시아·영국에게 '부다페스트 각서'를 받고 핵을 포기했던 우크라이나 사례를 이번 정상회담 결과와 비교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우크라이나는 핵을 내주고 종이로 안전을 보장 받으려는 통한의 실수를 한 것이다. 워싱턴 선언이 우리에게 부다페스트 각서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라며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한, 중국, 러시아는 속으로 웃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적 실리 챙기지 못했다" 비판도
한편, 유 전 의원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적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의 Chips법(반도체법)과 IRA가 우리 기업들에게 가하는 차별과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 회담이 되기를 기대했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며 "우리 경제의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 무역, 투자를 계속할 자유'를 확실하게 보장받는 회담이 되기를 기대했으나, 이에 대해서는 아무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던 삼성, SK 등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중국 공장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미국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제재받을 경우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을 자제해야 한다는 황당한 기사에 대해서도 아무런 해답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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