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판문점 선언=평화의 이정표" vs. 국힘 "가짜 평화쇼"
[곽우신 기자]
▲ 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 발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던 모습. |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4.27 판문점 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이다." - 문재인 전 대통령
"5년 전 그날은, 평화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진 가짜 평화쇼에 불과했다." -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4.27 판문점 선언 5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자찬하고 윤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를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5년 전 판문점 선언을 "가짜 평화쇼"로 규정하며 꼬집고 나섰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워싱턴 선언'을 내놓으면서, 5년의 시간을 건너 전·현 집권 세력이 정반대 방향의 외교·안보적 선언을 이끌어낸 셈이 됐다. 전직 대통령과 현 집권 여당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이다.
문재인 "한반도 비핵화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와도 협력해야"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4.27 판문점선언 5주년 기념 학술회의에 기념사를 보냈다.
해당 기념사에서 문 전 대통령은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에는 평화가 깨지고 군사적 충돌을 부추기게 되어, 국민의 생명도 안전도 경제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상황의 악화를 막으면서 대화를 통해 평화를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라며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함께 대화 복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누구보다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와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더 늦기 전에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대화 복원과 긴장 해소, 평화의 길로 하루속히 나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미일 대 북중러, 3:3 구도로 동북아시아 내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로이터 통신> 인터뷰 내용을 두고 러시아와 중국이 공개적으로 반발한 상황이 반영된 메시지로 보인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를 비판하고 나선 것.
문 전 대통령은 5년 전에 있었던 4.27 판문점 선언을 두고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기적같이 만들어낸 평화의 봄이었다"라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인내하며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며 주도적으로 일구어낸 결실"이라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이후 이어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더 이상 전진되지 못하고 남과 북의 소중한 약속들이 온전히 이행되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올해는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라며 "아직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도 밝혔다.
그런데도 그는 "판문점 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며 "판문점 선언이 약속한 평화의 길은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고 미래에 대해 낙관했다.
▲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
ⓒ 남소연 |
반면, 국민의힘은 정반대의 견해를 내놓았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오전 "4.27 판문점 선언 5주년, '강력한 힘이 평화를 지켜준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 시켰을 뿐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핵 없는 한반도', '종전 선언' 등 장밋빛 청사진으로 가득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기만 했다"라고 꼬집었다.
유 수석대변인은 "북한이 이렇게 폭주하는 사이, 정작 문재인 정권은 가짜 평화쇼에 매몰되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북한 바라기'에만 빠져있었다"라며 "덕분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공무원을 서해에서 피격하는 만행을 저질러도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아내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은 일상이 되었고, 대한민국과 대통령을 향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에 국민들은 분노와 치욕감을 느껴야만 했다"라며 "그렇게 문재인 정부가 저자세로 일관하는 사이 북한은 안하무인의 태도만 보였고, 이제는 자신들의 핵무장이 '적대적 주변 환경' 때문이라는 황당한 궤변까지 늘어놓으며 한반도 핵위협을 대한민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라고도 날을 세웠다.
유 수석대변인은 "분명코 5년 전 그날은 평화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진 가짜 평화쇼에 불과했다"라고 못을 박았다. 대신 "오늘 아침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한미 핵협의 그룹 창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내 전개 빈도 증가'등의 내용이 담긴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라며 "북핵 위협에 대해 구체적이고 강력한 억제정책을 펼치고, 앞으로도 양국이 함께 공조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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