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이 보낸 장문의 메시지, 마무리 후계자 각성 이끌었다

김지수 기자 2023. 4. 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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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에게는 잊어야 할 경기가 있고 기억해야 할 경기가 있다."

이승현은 "오승환 선배님의 뒤를 잇는 마무리 투수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선배님이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던지시는 모습을 보고 야구 선수를 꿈꿨던 사람이기 때문에 마무리 보직을 통보받았을 때는 '내가 이 자리를 맡아도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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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투수에게는 잊어야 할 경기가 있고 기억해야 할 경기가 있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부동의 마무리 오승환이 시즌 초반 컨디션 난조로 고전하자 최근 클로저를 좌완 영건 이승현으로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승현은 프로 3년차의 어린 선수지만 팀 내 불펜 투수 중 가장 날카로운 구위를 보여주고 있기에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이승현은 마무리 투수의 중책을 처음 맡았던 지난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팀의 4-2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9회말 마운드에 올랐지만 단 한 개의 아웃 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최형우에 끝내기 역전 3점 홈런포를 허용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팀과 이승현 모두에게 충격이 컸던 1패 이상의 아픔이었다.

이때 이승현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오승환의 격려였다. 오승환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이승현에 장문의 글을 보내면서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의 마음을 보듬어줬다.

이승현은 오승환의 마음을 읽은 듯 빠르게 충격에서 빠져나왔다. 26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에서 1⅓이닝 무실점으로 삼성의 1-0 승리를 지켜냈다.

9회초 2사 1·3루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이유찬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팀의 4연패를 끊어내는 귀중한 세이브를 수확했다. 이승현도 KIA전 블론 세이브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이승현은 "지난주 KIA전에서 블론 세이브로 힘들었는데 오승환 선배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셔서 내가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 좋은 기억에서 고쳐야 할 부분을 찾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승환이 자신에 보냈던 메시지의 일부분도 공개했다. "선배님께서 투수가 잊어야 되는 경기가 있고 기억해야 되는 경기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KIA전은 기억해야 하는 경기였다"며 "오늘은 힘든 경기를 이겼는데 자꾸 기억을 하면 다음 등판에 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 기억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 출신인 이승현에게 20년 연상 선배 오승환은 영웅이었다. 학창 시절 대구 시민야구장을 다니면서 오승환이 삼성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봤고 오승환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성장했다.

그런 오승환의 뒤를 이어 삼성의 마무리 보직을 맡은 가운데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이승현은 담담히 자신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 보려고 한다.

이승현은 "오승환 선배님의 뒤를 잇는 마무리 투수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선배님이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던지시는 모습을 보고 야구 선수를 꿈꿨던 사람이기 때문에 마무리 보직을 통보받았을 때는 '내가 이 자리를 맡아도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지금은 별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생각이 많아지면 스스로 힘들어질 것 같아서 항상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며 "자신감은 항상 좋다. 마무리로서 내 경쟁력이 있다면 공의 힘, 각도, 커브라고 생각한다"며 어린 투수 특유의 당찬 포부를 전했다. 

사진=대구,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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