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韓, 美 핵사용에 '더 큰 목소리'…김정은 핵 의지 꺾어"
26일(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핵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창설과 전략 핵추진 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한국이 핵무장을 포기한 대가로 미 핵무기 사용에서 더 큰 목소리를 얻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전직 미 고위 관계자 등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결정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도발 의지를 꺾는 데 기여할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억지력 강화로 돌아선 바이든, 북한 정권이 공격하면 종식을 맹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NCG 창설과 관련해 “북한과의 모든 분쟁에서 핵무기 사용에 대한 전략 계획에 처음으로 한국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그 대가로 자체 핵무장 추구 노력을 포기했다”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공격 시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란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경고를 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미국이 이번 합의에 나선 의도와 관련해 “한국 대중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자체 핵무장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은 한국의 불안감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미국이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국 정상 간 합의를 담은 ‘워싱턴선언’의 세부 내용과 관련해 “미국이 북한의 핵 타격 시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믿음을 주기 위한 의도로 설계됐다”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신문은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1980년대 초 이후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는 SSBN의 한반도 전개를 포함한 전략자산의 정기적 배치를 통해 미국의 억제 노력을 더욱 가시화하는 조치들을 취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핵탄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최대 20발 탑재할 수 있는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을 앞으로 몇 달 내 한시적으로 한반도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다.
월스트리저널(WSJ)도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에) 더 큰 목소리를 줬다”고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WSJ에 “(이번 합의는 잠재적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 한국과 협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고 미국이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핵무기 작전의 표적 선정과 집행에 대한 권한이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는 점을 신문은 짚었다. 이와 관련,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한국 정부ㆍ군의 많은 관계자는 그들이 (핵사용) 버튼에 손가락을 올릴 수 있을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장억제는 심리적 메시지"
이번 합의가 일종의 ‘심리전’이란 분석도 나왔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WMD정책 조정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확장억제는 심리에 대한 것”이라며 “한국인과 김정은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인데, NCG는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추가 조치”라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ㆍ태 안보 석좌는 “NCG를 통해 한국은 최소한 북한의 공격에 대한 잠재적인 대응과 관련한 미국의 생각을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고 방송에 말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NCG는 대북 억제보다 동맹을 안심시키는 데 더 중요하다”며 “한ㆍ미 동맹이 ‘동격’이란 구상 또는 사실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질적인 조치인 40년 만의 전략 핵잠수함 전개를 두곤 “강력한 억제력”이란 평가가 나왔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ㆍ태전략센터 부대표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부산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김정은의 핵사용과 도발 의지를 꺾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오판할 경우 북한 정권을 끝낼 수 있다는 상당한 군사적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에서 로렌스 코브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전략폭격기나 스텔스 전투기 등과 마찬가지로 SSBN은 북한이 위치를 쉽게 탐지할 수 없다”며 “미국의 이번 결정은 한국을 넘어 인도ㆍ태평양 전역에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강력한 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물론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에 대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미 상원의 외교ㆍ군사위원장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성명은 북한의 전술핵 개발 등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면서 “한ㆍ미동맹은 이런 새로운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NCG를 창설해 핵위기에 대해 더 정기적ㆍ체계적으로 협의하는 이번 결정은 바로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유럽 전구(theater)에서 핵 비상사태에 대해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과 정기적으로 관여하는 것처럼 한국과도 마찬가지로 행동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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