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혹평 "윤 대통령, 미국 하라는대로 고개나 끄덕인 셈"

이경태 2023. 4. 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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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선언' 실효성 - 미 IRA 및 반도체법 협의 미진 두고 "미국 비해 우리 국익 흐릿" 비판

[이경태, 박정훈, 남소연 기자]

 2023년 4월 26일 수요일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국빈 도착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블루룸 발코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박홍근 : "의전과 환대를 대가로 철저히 국익과 실리를 내준 회담."
이정미 : "국민이 준 시험지를 찢어버리고 그저 미국 하라는 대로 고개나 끄덕인 셈."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이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내린 혹평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는 대신 양국 간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해 북핵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미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경제 분야의 주된 과제로 꼽혔던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지속적인 협의를 약속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등은 '워싱턴 선언'이 북핵과 관련한 미 정부의 '핵우산' 정책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한국 반도체·자동차 산업에 대한 불이익을 해소했어야 할 IRA·반도체법에 대해서도 미국 측의 '립서비스'만 받는 수준에서 그쳤다고 지적했다.

"59억 달러 투자 유치? 미 정부는 1000억 달러 투자 유치 선전하는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미국의 국익은 분명한데 우리 국익은 흐릿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문제 삼은 것은 경제 분야였다. 그는 "대통령실은 넷플릭스를 포함한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 규모가 59억 달러에 이른다고 홍보했지만 삼성·현대차·SK 등 한국 기업들이 바이든 정부 들어 1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33조5000억 원을 투자했다면서 대대적으로 미 정부에서 선전해 온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 정부의 반도체법·IRA법 등 산업규제는 당장 우리 경제와 직결된 문제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반도체법 등에 대해 불안해한다'는 기자 질문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이 잘 되는 것이 미국의 압도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모호한 회피성 답변만 내놨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미 투자 한국기업의) 기밀정보 제출, 초과이익 공유, 중국 투자 제한 같은 독소조항에 대해 우리 기업이 최대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며 "그저 윤 대통령은 '우리는 미 IRA법과 반도체법이 첨단기술분야에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향후 국가경쟁력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할 핵심적이고 중차대한 사안이기에 민주당뿐 아니라 기업과 국민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인데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얻었나"라고 반문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방미단을 보낼 것을 당 지도부에 건의한다"고 밝혔다. 미 핵잠수함 한국 도입 문제나 일본의 역사왜곡 시정을 위한 미국 측의 협력,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 측의 경제적 평등 대우 요구 등을 전달하고 관철하기 위해서다.

미 정보기관의 국가안보실 도청 사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격과 체통이 걸린 미국의 도청 파문은 의제로 다뤄지지조차 않아 유감"이라며 "한국의 '일본과의 외교적 결단'에 대해선 일본 대신 감사해하는 미국 정부가 깨알 같은 섬세함으로 한국인들 마음에 상처를 준 도청 파문에 유감 한 마디도 끌어내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에 실망"이라고 평했다.

"한반도 상황 변화의 전기 마련했냐는 점에서 낙제점"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27
ⓒ 연합뉴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너무도 참담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 감청에 대한 미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없었다. 미 NBC 앵커가 '친구가 친구를 염탐하냐'고 지적하는데도 (윤 대통령은) '도감청이 철통같은 신뢰를 흔들 수 없다'며 비굴하기 짝이 없는 답을 내놨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워싱턴 선언'에 대해서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분명히 부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불안정한 한반도 상황 변화의 전기를 마련했느냐는 점에서는 낙제점"이라며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에 이끌어낼 수 있는 담대한 제안과 실천이 필요할 때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방향 제시조차 못하는 무능력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평했다.

양국 정상의 경제 분야 협의에 대한 평가는 보다 날이 서 있었다. 이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랑하듯,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1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좋은 일자리를 대거 창출했다"며 "반도체법, IRA 등 '미국 우선주의'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대체 어떤 실효적 대책이나 반대급부를 얻어냈나. 이런 인식이 있기나 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도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핵협의그룹은) 기존에 차관급으로 운영되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장관급으로 격상하긴 했지만 실제 핵 사용 결정은 미국이 그대로 하는 것"이라며 "전혀 새로운 합의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동성명은 과도하게 군사 일변도로 접근하고 있어서 되레 러시아나 중국을 자극해 외교적인 공간을 좁혀놓은 것 아닌가"라며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 같은 데 더 깊숙이 들어가서 국익 중심의 균형 외교라는 원칙도 흔들렸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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