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美 투자자, 한달새 中 주식 134조 던졌다(종합)

권해영 2023. 4. 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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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주도권이나 대만 해협 문제 등을 두고 미·중 긴장 관계가 고조되면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이달에만 1000억 달러(약 134조 원) 이상 증발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소비 반등이 예상보다 빠른 경제활동 회복을 견인하고 있음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포기한 상태"라며 "투자자들이 미·중 긴장 관계 고조로 중국 주식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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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주도권, 대만 해협 문제 등 갈등 관계 고조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지수' 6거래일 연속 하락세
中 리오프닝 수혜 효과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커

반도체 주도권이나 대만 해협 문제 등을 두고 미·중 긴장 관계가 고조되면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이달에만 1000억 달러(약 134조 원) 이상 증발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 개별 기업 호재보다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여파가 기업 주가에 더욱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증시에 상장된 주요 중국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지수'는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올 4월1일부터 지금(25일)까지 10% 이상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이달에만 주식가치가 1000억 달러 이상 사라졌다.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축소가 그대로 주가 하락으로 반영되고 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인 UBP는 이번 주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캐나다의 온타리오 교직원 연금 역시 최근 홍콩에 있는 아시아 주식 투자팀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길버트 웡 전략가는 "매수 전략만 취하는 '롱 온리(long-only)' 펀드 매니저들이 이달 중국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며 "그 결과 그들이 보유한 자산과 벤치마크(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지수) 간 괴리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국 기업 투자에 대한 가장 큰 리스크로 지정학적 위험을 꼽고 있다. 대만 문제부터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 제재,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이르기까지 미·중 관계 악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방역정책을 해제하면서 개별 중국 기업에 닥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 효과보다 양국 간 관계가 주가 향방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 본 것이다.

뉴욕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재 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정부가 향후 1~2년 내에 중국에 대해 어떤 성명을 발표할지가 불확실하다"며 "이는 여기도 저기도 투자하지 말라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르면 이달 말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민간기업의 투자 제한 조치를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역시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기업 주식들로 구성된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는 블룸버그 추종 벤치마크 92개 중 최근 3개월 성적이 가장 부진한 5개 중 하나로 꼽혔다.

중국에서 빠진 자금은 인도로 향하고 있다. HSBC 글로벌 리서치는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인도 비중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소비 반등이 예상보다 빠른 경제활동 회복을 견인하고 있음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포기한 상태"라며 "투자자들이 미·중 긴장 관계 고조로 중국 주식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 본토 주식이 상승하면서 낙관적인 분위기가 미국 등으로 확산될 수 있는 시각도 나온다. 수닐 쿨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중국 주식은 매우 강력한 이익 증가에 힘입어 모멘텀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이나 포춘 증권의 옌 카이웬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과매도 구간에서 단기적으로 안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는 2분기에 더욱 강력히 반등하면서 위안화 표시 자산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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