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경제안보·첨단기술 협력 확대…반도체법 우려는 여전
[한국경제TV 임동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안보·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양국의 국민경제와 직결된 경제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첨단기술 분야 기업간 상호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환영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활동에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첨단기술 분야 파트너십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한미 국가안보실(NSC)에 ‘차세대 신흥·핵심기술대화’를 신설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퀀텀 등 첨단기술 관련 공동연구·개발과 전문인력 교류를 촉진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양자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협력 강화를 위한 별도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우주 분야 협력도 확대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한미동맹이 사이버, 우주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사이버 우주 공간에 적용하기 위한 논의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했다.
또한 "우주분야 역시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이 큰 분야"라며 "우주항공청과 나사 간 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 첨단기술 공조…차세대 핵심·신흥기술대화 신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양국은 한국의 국가안보실장,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하는 한미 NSC 간 '차세대 핵심·신흥기술대화'를 신설한다.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총괄하는 고위급 컨트롤타워다.
주요 협력 분야는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배터리 및 에너지 기술 △반도체 △디지털 경제 △양자 정보과학기술 등으로 각 분야에서 진전된 기술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출범에 관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분야의 경우 표준 개발, 제조 공정 및 규모 최적화, 신흥 기술 분야 연구 협력, 바이오 경제를 위한 인프라 및 데이터 공유 부분에서 협력하고, 배터리 및 에너지 기술 분야는 유틸리티 규모의 저장 기술, 차세대 배터리 소재 및 공정 기술, 기타 청정·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나선다.
반도체는 최첨단 및 기타 새로운 반도체 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을, 디지털 경제는 데이터 보안과 신뢰에 기반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공통 접근법과, 규제 접근에 관한 정보 교환을 모색하기로 했다.
양자 정보과학기술의 경우 양국의 정부·학계·민간 부문에 걸친 연구 협력 심화가 주 내용이다.
관련 회의는 한국과 미국에서 번갈아 가며 매년 개최하며, 첫 회의는 올해 하반기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차세대 핵심·신흥기술대화가 "양국의 경제적 번영을 촉진하고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글로벌 혁신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 안정적 반도체 공급망 구축…글로벌 리더십 확보 한미 양국은 최첨단 반도체, 첨단 패키징, 첨단 소재 등 3대 분야에서 공동연구 개발, 기술실증, 인력 교류 협력을 담은 협력 프로그램 마련을 통해 반도체 분야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 나선다.
이를 위해 양국은 공동 R&D 프로젝트, 실증·인력교류 등 협력을 위한 민관 공동 참여 포럼인 '한미 반도체 포럼'을 신설한다.
또한 양국이 설립 추진 중인 반도체 첨단기술 연구·혁신의 핵심기관인 양국의 NSTC간 협력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NSTC(National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란 미 반도체과학법에 따른 110억 달러 R&D 지원의 핵심 역할을 할 민관 컨소시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산업부와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협력에 대한 구체 내용을 포함한 제1차 한미 공급망·산업대화(Supply Chain and Commercial Dialogue, SCCD) 결과를 추후 공동 발표할 예정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와 관련해 "양국간 협력을 통해 첨단반도체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가 있다"며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며, 미국은 시스템반도체와 장비 강국으로 양국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AI, 바이오 반도체 등 최첨단 및 차세대 유망분야 위주의 협력이 기대되며, 현 미세화 공정기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첨단 패키징 기술과 우리 반도체 공급망의 고도화·자립화를 위한 첨단 소부장 중심의 협력으로 우리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 우주항공청-NASA 협력 기반 마련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나사 고다드 우주센터를 찾아 양국 간 우주동맹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 우주위원회 위원장인 해리스 미 부통령이 함께했다.
두 사람은 이번 만남을 통해 지난 70년 한미동맹이 기술동맹으로 진화하고 있고, 특히 우주동맹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데 뜻을 같이했다.
양국은 '과기정통부-NASA 간 우주탐사 협력 공동성명'을 통해 위성항법시스템, 달기지 건설, 게이트웨이 등 우주 탐사 분야에서 구체적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 11월에는 서울에서 우리 외교부와 미 국무부가 공동으로 한미 우주포럼을 열고 향후 70년간 한미 우주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할 계획이다.
최 수석은 "우주는 미지의 세계로서 인류의 새로운 보고"라면서 "매우 어렵고 복잡한 기술개발의 과정을 필요로 하지만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무궁무진하고 안보 차원에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핵심기반"이라고 설명했다.
◆ 반도체법 해법은 아직…바이든 "韓 기업 지원과 배려 아까지 않을 것" 윤 대통령의 방미 전 우리 기업들은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개선방안이 정상회담을 통해 나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마무리 된 지금 손에 잡히는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최 수석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최 수석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의 이행 과정에서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상호 호혜적인 입장에서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하면서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 활동에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반도체 보조금 지급 세부요건(NOFO)과 관련해서 우리 기업들이 우려하는 과도한 기업정보 제공, 초과이익 환수 등의 조항에 대해서도 미 상무부는 이행 과정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의향을 표명한 바 있다"면서 "내일부터 우리 산업부 장관과 미국 상무부 장관도 미팅을 해나가고 팔로우업을 하기 때문에 이 부분들도 크게 무리 없이 해결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와 관련해서는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의 경우에 걱정을 하시는데, 작년 10월에 이 법이 새로 시행이 됐기 때문에 일단 우리나라의 경우에 1년 유예를 주고 나서 이 수출통제와 관련해서 실무적으로는 우리 산업부와 상무부 간에 굉장히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면서 "10월 가기 전에 이 부분을 어떻게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에서의 역할이라든지, 기업들에 대한 장비 공급이 차질이 없도록 그렇게 협의를 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임동진기자 djl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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