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에도 IRA·반도체법 논란 여전… 해결 대신 '조율' 택한 韓美
바이든 "SK, 삼성 등 한국 일자리 생겨"
투자 앞둔 기업들은 여전히 답답… 대통령실 "큰 영향 없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대해 협의와 조율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 첨예한 의제로 지목됐던 IRA와 반도체법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두 정상은 예민한 시간을 갖는 대신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에 더 힘을 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IRA와 반도체법을 지목하며 "미국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는 만큼 한국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안보동맹과 함께 한미동맹의 또 다른 핵심축인 경제 분야에서도 한국이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설명과 함께 "한국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안 좋은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의 '윈윈'(win win)을 자신했다.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확대를 제한한 정책이 동맹인 한국에도 피해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중국에 피해를 주려고 설계한 게 아니다"라며 "(반도체법으로) 미국에서 상당한 경제 성장을 창출하고 있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SK뿐 아니라 삼성과 다른 산업에서도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며 "그래서 난 윈윈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업계에서 기대하던 IRA와 반도체법에 대한 세부 조율이 빠진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IRA와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가 최종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제외된 상태다. 이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출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버는 게 관건인데, 결과적으로는 시간적 유예 확보, 세부 규정 적용 유연화 등을 통해 당장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했다.
반도체 역시 미 정부가 수율(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 등 예민한 정보를 기업들에게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양 정상들의 입장 정리가 기대됐던 대목이다. 국내 업계는 한목소리로 "무리한 조항"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밀 자료 제출 범위 최소화 등 합의점을 기대해왔다.
정치권의 반응도 빠르게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날 "IRA와 반도체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했지만,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며 "공동성명문에 윈윈 한다고 적혀 있는데 무엇이 윈윈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 경제인이 동행한 상황인데 굉장히 실망했을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세부적인 정리 대신 협력으로만 마무리돼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 'IRA와 반도체법이 예측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 호혜적인 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행되도록 긴밀히 협의한다'는 내용만 담았다. 양 국가가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협의와 조율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글로벌 공급망 체계 관리와도 연계된 만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로 우선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지적에 국내 산업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선 IRA 경우에는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양이 아주 미미한 탓에 대부분 적용이 안 된다는 논리를 꺼냈다. 되레 IRA 세액공제 혜택을 우리 기업의 상용차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해 최근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판매가 증가세를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배터리 업계에는 IRA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IRA의 배터리 광물 및 부품 요건을 충족한 결과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법에 대해서도 "보조금 지급 세부 요건과 관련해 우리 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연성을 발휘할 방침임을 표명해 관계 부처가 지속 협의할 것"이라며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기업의 장비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워싱턴DC=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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