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미성년자 마약 사건… 전문가 “마약 예방 교육 시급”
"뇌과학적으로 더 취약, 체계적 마약 예방 정규 교육 필요”
"대중문화·연예인 마약사범 등도 유혹에 취약하게 만들어"
마약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미성년자 마약사범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마약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미성년자 15명을 검거하고 이 중 1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SNS와 랜덤채팅앱 등을 통해 알게 된 성인 마약사범 또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학교·동네 친구들을 통해서 처음 필로폰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처음에 호기심으로 필로폰에 손을 댔지만 이후 중독돼 투약을 반복한 것으로 경찰에 진술했다.
지난 24일엔 중학생 3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중학생 A양(14)과 같은 반 남학생 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A양은 지난달 6일 오후 6시40분께 동대문구 자택에서 같은 반 남학생 2명과 필로폰 0.05g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범행은 A양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A양 등은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마약을 했다"며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되는 미성년자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지난 7일 대검찰청 '마약류 사범 단속 현황'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481명으로 집계됐다. 불과 9년 전인 2013년 58명의 8.3배로 늘어난 셈이다. 고등학생 연령대에 해당하는 15∼18세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291명이었다. 세부 연령별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16년(55명)의 5.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15세 미만 마약류 사범은 2016∼2021년까지 매년 6명 이하에 그쳤으나 지난해 41명으로 불었다.
미성년자 마약사범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높아진 마약 접근성과 유혹에 취약한 점 등이 꼽힌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온라인 등에 친숙한 청소년들의 마약류에 대한 접근성이 특히 높다”며 “마약 판매상 입장에선 유혹에 취약한 미성년자들이 좋은 타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마약 수사를 하는 경찰관 A씨도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들이 많아졌고. SNS 등을 통해 마약 판매자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가격도 필로폰 기준 1회 투약분이 10만원까지 낮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미성년자 대상 마약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에서 유해한 정보들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조절과 예측 등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발달이 만 15~23세에 이뤄진다. 미성년자들은 뇌과학적으로 유혹에 더 취약한 상태인 것”이라며 “체계적으로 구성된 마약 예방 정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을 하면 ‘죽는다’, ‘망가진다’ 식의 교육을 넘어 기분을 좋게 하는 약물이 뇌과학적으로 얼마나 유해한지 등을 논리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도 “마약을 접촉할 수 있는 창구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조기 예방 교육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각종 대중문화에서 마약이 가볍게 다뤄지고, 연예인 마약사범들이 잇따라 적발되는 현상이 미성년자들을 마약의 유혹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청소년 마약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보건·의료 교육업체 정대성 와이컴퍼니 대표는 “래퍼들이 인기를 얻으며 랩 가사 속 마약 표현 등을 통해 마약을 가볍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아진 걸 교육 현장에서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도 “아이들이 유아인이나 돈스파이크 같은 연예인들을 보면서 마약을 하면 (삶이) 망가지겠다고 생각하겠나”라며 “디지털 미디어에서의 유해한 정보들을 거르는 사회적 기능이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