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과 윤동주 시비를 찾아서

박현국 2023. 4. 2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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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도시샤대학 교정에 가다

[박현국 기자]

26일 오후 교토 시내 도시샤(同志社) 대학 교정을 찾았습니다. 이곳에는 윤동주 시비와 정지용 시비가 있습니다. 가끔 지나가는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 눈길을 주기도 합니다. 교정 한쪽에 단아하게 자리잡은 두 시인의 시비는 이국 땅 먼 곳에서 젊은 날 한때를 보낸 두 시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교토 시내 도시샤(同志社)대학 교정에는 윤동주 시비(사진 왼쪽)와 정지용 시비가 있습니다.
ⓒ 박현국
 
윤동주(1917.12.-1945.2)와 정지용(1902.5.-1950.9.) 두 시인은 일제 강점기 교토에서 젊은 날 대학 생활을 보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도쿄를 거쳐서 1942년 교토에서 생활을 합니다. 그렇지만 곧 항일 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옥사하고 맙니다. 정지용 시인은 도시샤대학에서 유학을 마치고 우리나라에 돌아와 이화여대 교수, 경향신문사 주간들을 겪었습니다.

두 시인은 우리 민족이 일제강점기라는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어려움 속에서도 공부를 하고 유학을 하고, 멋진 시 작품을 남겼습니다. 이 시들은 우리말을 사용하여 우리 감정과 우리 정서를 아름답고 멋지게 노래했습니다. 많은 문학 작품들 가운데 시 작품을 쓴 시인들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칭송을 들을 만큼 우리 가슴에 새겨지는 시를 썼습니다.

두 시인의 작품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습니다. 두 시인의 대표작 두 편만 보아도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간결한 표현을 통해서 이처럼 우리 가슴에 새겨질 수 있는 찬란한 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칭송도 부족하다고 여겨집니다. 사람이 시대와 현실을 떠날 수 없지만 두 시인의 작품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뛰게 합니다.

윤동주의 많은 시 가운데 가장 으뜸은 역시 서시입니다. 도시샤 대학 교정에 있는 윤동주 시비에 새겨진 작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안테 주어진 길을
거러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 초라하고 유한한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려는 의지를 바람과 잎새에 의탁하여 괴로워합니다. 그리고 하늘의 별을 향하여 자신의 사랑은 승화시킵니다.

이어서 다시 자신의 운명과 마주합니다. 인생을 운명에 맡기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가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렇지만 바람에 스치우는 별을 보면서 인생과 운명을 다시 관조한다는 현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윤동주의 길지 않은 서시 속에는 인생의 의미와 운명의 대결, 자연의 운행과 뭇 생명 속에서 인생의 본질과 진리를 성찰하는 서정적 자아의 관조하는 자세가 엿보입니다.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보다도 인생은 스스로를 관조하고 성찰하면서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내보이는지도 모릅니다.

윤동주의 서시가 지닌 천재성이나 고전적인 가치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비록 개인적이지만 제 감정으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정지용의 시 작품 가운데 가장 알려진 작품은 향수입니다. 도시샤 대학 교정에 있는 시비에는 압천(가모가와) 시가 적혀 있습니다. 향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바 텍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 짚벼개를 도다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서 되는대로 쏜 화살을 차지러
풀섭 이슬에 함추룸 휘적시든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밋머리 날리는 누의와
아무러지도 않고 엽볼 것도 없는 사철 버슨 안해 가,
따가운 햇살을 지고 이삭 줏든 곳
그곳이 참차 꿈에늘 잊힐리야.

마을 앞길에서 시작된 서정적 자아의 시선은 방 안으로 들어오고, 아버지를 거쳐서 다시 꿈 속으로 그리고 전설을 찾아서 날아갑니다. 시가 지닌 은유 표현은 합리성과 논리성을 벗어나 자연과 인간, 사물과 사람이 서로 화합하면 부둥켜 안고 노래를 부릅니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시간 속에서 세월을 탓하며 늙어가며 바뀝니다. 그런 감정 조차도 정지용 시 속의 서정적 자아는 초월적이며 은유로 노래합니다. 이 시를 읽고, 이 시로 노래 부르는 모든 사람들은 한 순 간 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물고 은유의 강을 더불어 헤엄쳐 갑니다.

윤동주와 정지용 두 시인의 시 작품은 모두 감동적이지만 서시와 향수 두 편만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두 시를 보면서 시인의 소유물로서 시가 아니고 시 작품 자체, 시 작품 속의 주인공 서정적 자아의 시선과 시를 읽은 감상자의 시각을 주관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도시샤대학 윤동주 시비와 정지용 시비 방문은 일본 교토를 찾은 전북동부지역문화재돌봄센터 일본 연수단을 안내해주신 교토한국교육원 이용훈원장님 소개와 설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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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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