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송우가 반박하다] 간호법 제정은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남송우 2023. 4.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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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의사협회는 2020년에 이어 또다시 진료거부와 총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국민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의사 면허 특혜 폐지 의료법의 개정과 간호법 제정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정말 이 이유가 정당한 것일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묻고 싶다.

이번 의료법 개정은 의사에게만 적용되는 특혜를 폐지하는 것으로 다른 전문직과의 형평과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개선책이다. 이는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공정과 상식을 실현하는 길이다. 또 간호법은 고령 인구 및 만성질환자 증가에 따른 간호 돌봄과 환자 안전을 실현하기 위한 민생법안으로 급변하는 우리 사회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의 실현이다.

특히 간호법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 모두 정책 협약과 대선 공약으로 제정을 약속했고, 제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발의한 지 오래됐다. 여야와 정부가 국회에서 타 법안에서 보기 힘든 4차례의 강도 높은 법안 심사를 통해 마련된 간호법안(대안)은 다른 보건의료 직역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위헌적 요소가 없도록 충분히 검토하고 숙의하여 마련된 법안으로 알고 있다.

간호사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간호법 상정이 무산되자 퇴장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런데 의사협회는 합당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지난 2020년 8월 코로나19라는 재난적 의료 위기 상황에서 진료 거부를 했던 것처럼 의사 면허 특혜 폐지법도 함께 반대하고자 진료 거부 및 총파업까지 주장하는 극단적 직역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명분 없는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은 국민의 반감만 살 것이다.

또한 간호법안(대안)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된 이후 무려 1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동안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지 않다가 갑자기 간호법 중재안을 꺼내 든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개최를 이틀 앞둔 지난 11일 불공정한 민‧당‧정 간담회를 개최하여 ‘간호법’ 제명 변경,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 고등학교와 동일한 간호조무사 교육 과정을 대학에도 허용하자는 등 이미 여야 합의가 끝난 간호법 대안을 모두 부정하고 간호법 반대 단체의 일방적 주장만을 반영한 중재안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 방법 역시 중재가 아닌 이미 결정된 사항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강요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가 열렸다,. 뉴시스

간호법 제정안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2명이 대표 발의했고, 국민의힘 국회의원 46명이 발의에 동참했다. 국민의힘 대선 공약위키에 간호법 제정을 명시했으며, 당시 원희룡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국민의힘을 대표하여 간호법 제정 협약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간호법 반대 단체의 주장만을 반영한 중재안을 내밀면서 공약 파기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거는 선거일 뿐이고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에 불과한 것이라는 흔한 정치판의 변명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간호법 제정 약속과 공적인 입법 과정이 존재하고 있다.

국민과 했던 약속을 아무 설명 없이 내팽개치고 국민을 볼모로 삼아 자신의 이득만을 챙기려는 단체들의 의견만 들어 급조해 만든 중재안으로 간호법을 대신하려고 하는 모습은 정치가 무너져 내린 ‘헌법질서의 붕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간호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자 초고령사회에 우리의 부모님뿐 아니라 환자, 노인, 장애인 등 국민의 존엄한 생명을 제대로 돌보기 위한 약자들을 위한 법이다. 왜 이런 법이 빨리 제정되지 못하고, 아직도 논란만 계속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 건강권과 돌봄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간호법이 하루빨리 제정되어야 한다.

※이 글은 ‘[박은식이 소리내다]간호사 보호하려다 간호조무사·응급구조사 일자리 없앤다’에 대한 반론입니다.

남송우 고신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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