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피부는 죽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태어난 이후 무엇인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 당연해서 한 번도 의심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존재가 많은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몸은 30조개가 넘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세포는 생명 활동을 위해 수분으로 차 있어 축축하기 때문에 외부로 노출되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일단 증발로 인해 계속 수분을 잃고 부딪히거나 베이면 큰 손상을 입으며 햇볕에는 바싹 마를 것이다. 또 물에 들어가면 붓고 염증이 발생하고 추위와 더위에 약할 것이다. 피부는 이 모든 것들을 막아내야 하는 존재다.
일반적인 세포로는 이 일을 해낼 수 없다. 우리 몸은 죽은 세포를 사용하기로 했다. 피부는 표피와 진피의 두 층으로 되어 있는데, 표피의 가장 아래에는 줄기세포가 있어서 끝없이 표피 세포를 생성한다. 만들어진 표피 세포는 점차 밀려나서 위로 올라와 가장 바깥층에 도착하면 핵이 없고 수분을 잃어 건조해진 각질세포가 된다. 영어로는 케라틴으로 머리카락과 비슷한 성분이고 한문으로는 뿔 각(角)을 써서 동물의 뿔과도 비슷한 성분이다. 이 각질 세포가 서른 겹쯤 겹겹이 쌓인 것이 우리가 늘 어루만지는 체표면이다. 이 각질층은 완벽히 방수되고 자동으로 수리되며 수분과 체온을 지키고 햇볕과 외상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한다. 각질층의 등장은 생명체의 진화를 가속시켰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인지해서 쓰다듬고 사랑하는 피부가 모두 죽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조금 이상한 일이다.
각질층은 혈관이 지나가지 않기 때문에 살짝만 베이면 피가 나지 않는다. 끝없이 교체되기 때문에 흉이 지지도 않는다.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은 각질 1파운드를 벗기면 되었던 것이다. 목욕탕에서 미는 때는 각질과 먼지가 합쳐진 것이다. 피부를 불리면 각질층이 수분을 머금어서 타월로 잘 벗겨지지만 너무 많이 밀어버리면 표피가 사라져 빨갛게 변하고 따끔거리며 회복하는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각질의 교체 주기는 대략 한 달이고 기능을 다한 각질은 먼지처럼 떨어져 나간다. 두피에서 나오는 비듬도 각질이다. 한 시간에 백 만개가 넘는 각질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데 일 년을 모으면 500그램 정도라고 한다. 지금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피부는 한 달 전에는 없었던 것이니, 우리는 겉으로는 매달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각질층인 표피 아래에는 진피가 있고, 그 아래에는 피하지방이 있다. 진피에는 혈관, 림프관, 신경섬유, 땀샘, 모낭, 피지샘까지 들어 있다. 피하지방은 학문적으로 피부로 분류하지 않지만 역시 다양한 기능이 있다. 손가락으로 팔의 피부를 잡으면 피하지방은 몸에 단단히 붙어 있고 진피까지만 잡혀 올라온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피부의 경계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표피의 줄기세포층 위에 잉크를 주입하면 밀려나오지만 진피에 바늘로 잉크를 주입하면 그대로 남는다. 이것이 문신이다. 고대의 사람들도 이 문신의 원리를 알았다는 흔적이 있다.
피부는 부위마다 두께가 다르다. 가장 얇은 곳은 눈꺼풀과 고환이고 0.5mm에 불과해 잘 찢어진다. 가장 두꺼운 건 단연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6mm 정도나 된다. 둘은 마찰이 심할수록 두꺼워진다. 신생아의 발바닥은 다른 피부와 거의 차이가 없으나 신발을 신지 않는 사람은 발바닥의 각질층이 유독 두꺼운 것을 볼 수 있다. 발바닥은 우리의 체중을 버티면서 위험한 물질로부터 보호하지만 필요한 만큼 두꺼워지기 때문에 합리적이다. 또한 손바닥도 각종 감각을 담당하면서 불의의 손상을 많이 입기 때문에 표피가 두꺼워야만 한다. 둘은 피하지방과 딱 붙어 있어서 손가락으로 집어도 거의 집히지 않고 상처가 나도 흉터가 거의 남지 않으며 유일하게 멜라닌 세포가 없어서 흑인도 손바닥과 발바닥은 하얗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주요 기관에서 피부를 누락하기 쉽다. 하지만 피부는 전신에 펼쳐져 맡은 바 소임을 가장 완벽하게 해내는 기관이다. 화상으로 피부를 잃어버린 환자는 엄청난 갈증과 추위를 느끼고, 살아 있는 세포가 노출되어 감염과 염증에 시달려서 생사가 위태롭다. 우리는 죽은 세포로 만든 피부 덕분에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거나 각종 스포츠를 즐기면서 걱정 없이 사랑을 나눌 수 있다. 또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거나 노폐물을 배출하면서, 그야말로 세상을 느낀다. 무엇보다 피부는 새로 태어나는 원천이다. 피부 때문에 우리는 허물을 벗고 매일 새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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