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인 거래소]①빅2 거래소 업비트·빗썸 매출 60%대 급감

이정윤 2023. 4. 2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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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테라사태, FTX 파산, 금리 인상 등 악재 만발
비트코인 가격 지지부진…올해 1분기도 전망 밝지 않아

크립토윈터 영향으로 코인 거래소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거래량과 이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 거래소의 실적 악화가 눈에 띄었다. 과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치솟던 때와 비교하면 거래소의 성장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점유율 1위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난해 매출은 1조2493억원으로 전년(3조7045억원) 대비 66.28%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8101억원을 기록, 전년의 3조2714억원 대비 75.24% 쪼그라들었다.

국내 시장점유율 2위인 빗썸코리아도 큰 폭의 실적 감소를 기록했다. 2021년 매출액 1조99억원을 기록해 1조원을 넘어섰지만, 지난해엔 3201억원으로 68.30%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821억원에서 1635억원으로 79.09% 감소했다.

국내 코인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 '빅2' 거래소의 실적 악화는 매출로 연결되는 코인 거래 수수료 수입 감소 탓이 크다. 두나무의 경우 거래 플랫폼 운영으로 올리는 매출 비중이 97%가 넘는다. 그런데 지난해 1조2145억원으로 전년(3조6850억원) 대비 67.04% 감소했다. 빗썸코리아는 가상자산 거래소 수수료 수입이 매출 합계의 100%를 기록했는데, 거래 수수료가 줄자 실적도 고꾸라졌다.

각종 악재에 코인 가격 급락…실적도 급감

이처럼 빅2 거래소의 실적이 악화한 것은 루나·테라사태, 글로벌 거래소 FTX 파산, 각국 기준금리 인상 등 악재가 연이어 발생해 코인시장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에서 45%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초 4만6312달러(약 6183만원)에서 1년 만에 1만6641달러(약 2221만원)로 곤두박질쳤다. 3만달러 가까이 떨어지면서 거래량도 큰 폭 감소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 하루 평균 비트코인 거래량은 298억578만달러(약 39조7907억원)였는데, 현재 174억7491만달러(약 23조3290억원)로 줄었다.

금융위원회 소속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에 따르면 국내 코인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도 지난해 상반기 5조3000억원에서 하반기 3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잠재적 투자 수요인 원화 예치금도 5조9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38% 감소했다. 거래 가능 이용자 수도 690만명에서 627만명으로 줄었다.

아울러 가상자산 가격이 지지부진하면서 올해 1분기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1분기 비트코인 가격이 3만5000~4만7000달러대를 유지하던 것과 달리 올해 1분기에는 3만달러 유지도 힘겨운 모습을 보이며 2만8000달러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올해 1분기 실적이 더 암울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기준금리가 더 오르지 않는다는 시그널이 하반기에 나올 걸로 보고 있어 상반기까지 상황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 거래소, 코인마켓 타격 더 커

양대 거래소보다 점유율이 낮은 중소 거래소의 상황은 더 암울하다. 코인원의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35억원, 1191억원으로 집계이었다. 지난해엔 매출이 350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 21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코인원보다 더 낮은 점유율을 기록한 코빗과 고팍스는 영업손실 규모가 컸다. 2021년 매출 226억원, 영업손실 27억원을 기록한 코빗의 지난해 매출은 43억원, 영업손실 358억원이었다.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의 매출은 315억원에서 16억원, 영업이익은 136억원에서 영업손실 765억원으로 나타났다.

은행으로부터 자금세탁 방지 목적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확보한 이들 5대 거래소는 원화마켓 운영이 가능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코인마켓만 운영할 수 있는 거래소의 경우 일평균 거래량뿐만 아니라 실제 이용자 수도 원화마켓 거래소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해 상반기 5조2200억원, 하반기 2조9400억원으로 확인됐다. 코인마켓 거래소는 300억원과 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원화마켓 대비 코인마켓의 하루 평균 거래량 비중은 각각 0.57%, 0.68% 수준에 불과했다. 영업손실도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었다. 코인마켓의 실제 이용자 수는 각각 8만7227명, 9만3941명으로 집계돼 원화마켓 대비 1.2~1.5% 수준에 머물렀다.

국내 코인시장의 경우 원화마켓 이용이 절대적인 상황이어서 코인마켓 운영 거래소의 실적 감소는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거래량이 빅2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전체적인 거래량 감소가 나타나면 중소 거래소에서 거래가 더 큰 폭 줄어든다"라며 "기본적인 거래량이 부족한 코인마켓 운영 거래소의 경우 실적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가상자산 매매를 하는 사례가 흔하지만 국내는 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없는 등의 이유로 원화를 이용한 거래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페깅(고정)되도록 설계돼 변동성을 회피하기 위한 헤지 수단 혹은 다른 코인을 구매하기 위해 쓰이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올해 하반기가 되면 경영난이 심각한 거래소가 나올 수도 있다"라며 "자금세탁 위험 등으로 은행이 실명계좌를 내주는 것을 주저하는 측면이 있지만, 코인마켓 거래소에 대한 원화마켓 운영 등의 방안을 통해 서로 합리적으로 시장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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