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열전]③공대 출신 '유쾌 마당발' KB금융 최재홍
"유쾌하고 재밌으신 분이죠. 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혁신에 대한 관심도 많은 분이라 변화하는 금융권 분위기에 적합한 분입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3월 KB금융지주 이사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금융권이 플랫폼 등 디지털 분야를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디지털·IT전문 분야에 특화된 사외이사의 영입이었다.
흔치 않은 '공대 출신'
그는 금융권에서 흔치 않은 '공대' 출신 사외이사다.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대부분 경제·경영학 전공이나 금융 분야 경력을 가진 이들이 다수다. 최 교수는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IT·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른바 '네임드(유명한 플레이어를 일컫는 말)' 교수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된 2014년부터 사외이사를 6년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 심사위원장 등 업계에서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가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그의 이력은 KB금융이 최 교수를 사외이사로 낙점하는 데 한몫했다. 금융권과 인연이 없던 그가 사외이사로 발탁된 것은 자신도 놀라운 일이었다고 한다. KB금융은 7개 분야의 전문가로 사외이사를 꾸리는데 디지털·IT 분야가 이 중 하나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부터 나서서 '넘버원 금융 플랫폼'을 외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이 업계의 가장 큰 화두가 되면서 이쪽 분야의 전문가인 최 교수를 발 빠르게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이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권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카카오 사외이사 출신인 최 교수의 이력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당발'로 유명…기업들에 조언도
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마당발로 통한다. 한 스타트업 업계 고위관계자는 "최 교수를 통해 알게 된 스타트업 대표들도 많다"며 "마당발이라서 여러 인맥을 주위에 소개하거나 주선해주는 역할을 많이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오래전부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직접 다니며 지인들에게 관련 트렌드를 정리해 공유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는 KB금융 내에서도 본인이 먼저 브랜드전략부 부장과 팀원들에게 연락해 호프 미팅을 갖는 등 격의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최 교수는 외부활동도 왕성하게 했다. 그는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 심사위원장, NHN재팬과 e-삼성 재팬의 사업 고문 경험이 있다. 또 현재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또 유튜브 채널에도 종종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최 교수는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애정이 어린 조언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는 칼럼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을 향해 중국 기업들의 약진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는가 하면, 메타버스에 대한 규율과 제도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금융권을 비롯해 국내 기업들의 가장 큰 화두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 법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에게 욕먹고, '때려치워라'라는 말을 듣는다면 실패 100%로 끝난다. 강력한 CEO의 의지와 실행력 있는 우수한 실무자들의 노력이 가중되면 3번 중의 2번은 성공한다"고 설명하며, '시도하고, 실패하고, 반복하라'라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신사업 원칙도 덧붙였다.
활발한 SNS 소통도 '눈길'…KB금융서도 종횡무진
그는 페이스북부터 인스타그램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통해 업계 사람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매사 언행에 조심하는 금융권 관계자들과 달리 그의 SNS는 솔직하고도 톡톡 튀는 발언들로 눈길을 끌었다. 최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라는 인생철학을 가진 자. 기업과 대학을 전전하는 자. 존버(존재하며 끝까지 버틴다) 정신을 가진 자'"라고 재치 있게 본인을 소개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KB금융 사외이사에 선임됐을 때도 "임기 2년 동안 내가 낼 수 있는 성과를 반드시 내려고 한다"며 "이 기업(KB금융)이 나를 단순한 거수기가 아니라 새로운 혁신을 만들 것이라고 믿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직접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에서도 오랜 기간 사외이사를 했던 최 교수는 사뭇 다른 금융권의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철저한 '성과'가 우선이었던 IT업계와 달리 금융권은 법·제도 준수, 리스크 대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KB금융이 금융권에서는 테크 혁신에 대한 관심이 워낙 많다고 평가했다. 금융권은 순혈주의를 중요시하는 분위기지만 KB금융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키우기 위해 외부인재를 많이 영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71번에 달하는 회의에 모두 참석하는 등 이사회 활동에 매진하는 중이다. 그는 지난해 열린 KB 테크 포럼에도 '플랫폼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최 교수는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해 "외부에 표출되는 것은 '찬성'이라는 결론만 나올지 몰라도 그 결론을 내기 위해 치열한 조율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사외이사들이 각 분야에서 상당히 철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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