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 전 윤석열에 '투자'한 국회의원은?

박현광 2023. 4. 27.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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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년도 정치자금 : 정치인 후원금] 권성동·윤한홍·정진석, 500만 원씩 '초반 베팅'

[박현광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2022년 2월 28일 오후 강원 강릉시 월화거리광장에서 유세를 마치며 권성동 의원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회의원은 의정활동을 위해 지지자들로부터 정치자금을 후원받는다. 재밌는 점은, 국회의원들이 이 후원금을 이용해 다른 정치인을 후원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 정치인 간의 친소관계나 이해관계가 드러난다. 나아가 정치판의 비정함도 엿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까지 국회의원 정치자금 사용 내역 가운데 '정치인 후원금' 명목을 살펴봤다. 20대 대선 당시 지지하는 후보에게 후원금을 보내거나, 친소관계 등에 따라 후원금을 서로 주고받은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후원금을 보낼 정도의 사이였지만, 정치 구도 변화에 따라 관계 또한 180도 뒤바뀐 경우도 있었다.

국힘 입당 전 윤석열 후보에 정치자금 후원한 의원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1년 6월 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뒤, 같은 해 7월 26일 후원금 모집을 시작했다. 이 시점을 놓치지 않은 인물 셋이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윤한홍·정진석 의원이다. 이들은 2021년 7월 26일 각각 500만 원씩 후원했다. 참고로, 당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도 전이다.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30일 국민의힘 입당을 발표한다. 

이들은 현재 당내 핵심 '친윤(친윤석열)' 인사로 꼽힌다. 권성동·윤한홍 의원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부부 동반 만찬에 초청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4인방' 중 2명이다. 정진석 의원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다 사퇴한 이준석 전 대표 이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권성동 의원과 정진석 의원의 경우, 윤 대통령이 입당 결정 전 진로를 상의하던 사이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2021년 5월 26일 강남 모 한정식집에서 정 의원을 만나서 입당 여부 등을 논의했다. 권 의원과는 사흘 후인 5월 29일 강원 강릉에서 만났다. 
 
▲ 민주당 대선 후보 6명 압축...본경선 '스타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두관,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이재명, 추미애 당시 후보가 2021년 7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이상민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의 호루라기 신호에 맞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맞수'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당내 의원들의 후원금은 보다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 32명이 2021년 7월, 당 대선 예비후보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총 1억 2470만 원의 정치자금을 몰아줬다. 이 중 정성호·박찬대·김병욱 의원은 최고한도액인 1000만 원을 후원했다. 다만, 이들은 모두 같은 해 8월과 9월에 걸쳐 후원금을 반환받았다. 사유는 '모금한도액 초과'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산 액수를 보면 이재명 당시 예비후보의 최종 모금액은 25억 5366만 원으로, 대선 경선 후보 후원금 한도액(25억 6545만 원)에 살짝 미치지 못했다.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투자(지지)했던 인물의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손절한 사례도 보인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5월 24일, 6.11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도전한 김웅·김은혜 의원에게 각각 100만 원씩 후원했다. 그가 21대 국회 개원 후 당의 초선의원 쇄신모임 '초심만리'를 이끌면서 초선 의원들의 도전을 격려했던 것을 생각하면 김웅 의원 등에 대한 '투자'는 당연했다.

하지만 나흘 뒤인 5월 28일, 그가 '투자'했던 김웅 의원 등은 본경선 진출에 실패했다. 나경원·이준석·조경태·주호영·홍문표 등 5인으로 당권 주자들이 압축되자, 박 의원은 5월 30일 나경원 전 의원에게 100만 원의 후원금을 내면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박 의원은 지난 3.8 전당대회 때 나 전 의원에 대해 180도 다른 태도를 취했다. 나 전 의원은 당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고 당권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당내에서 융단폭격을 맞았다. 초선의원 50명이 '나경원 출마 반대' 연판장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이를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나 전 의원을 두고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사람"이라고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린' 셈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 2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김기현 당대표 후보와 악수를 하고 헤어지는 가운데, 김 후보가 나 전 원내대표를 향해 돌아보며 인사하고 있다.
ⓒ 권우성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면서 사이가 소원해진 경우도 종종 있다. 바로 홍준표 대구시장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다. 배 의원은 정치 입문 직후 '홍준표 키즈'로 분류됐다.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보더라도, 2021년 5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홍 시장은 배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배 의원은 4개월 뒤인 2021년 9월, 당시 대선 예비후보였던 홍 시장에게 500만 원을 다시 후원했다. 하지만 배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 확고한 '친윤'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이었을까. 배 의원이 최고위원 당시 이준석 전 대표와 연일 각을 세웠을 때, 홍 시장은 SNS를 통해 "놀고 있네"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1년 7월 23일, 대선 예비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그는 2017년 대선 당시 유 전 의원에 대한 지지선언과 함께 캠프 안보특별위원장을 맡았고 2021년 대선 후보 경선 때 유 전 의원 캠프에서 정책3본부장을 맡았던 인사다. 그러나 신 의원은 지난 1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유승민 대표한테는 죄송한 말이지만 저하고는 전혀 안 맞는 것 같다. 안 맞을 때는 과감하게 서로를 멀리 하는 게 좋다"면서 공개 결별을 선언했다.

후원금으로 후원, 국고 이중지원 괜찮나?

<오마이뉴스>가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까지 정치지금 지출내역을 확인해 본 결과, 가장 많은 금액을 정치인에게 후원한 이는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이었다. 박 의원은 2020년 10월 29일부터 2021년 8월 25일까지 14회에 걸쳐 2750만 원을 후원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료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은 내역은 없었다.
 
 지난 2022년 6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로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 초선 국회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후원금이 얼마나 모이느냐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비례대표나 초선의 경우 동료 의원들에게 후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례대표의 경우 지역구 관리에 비용이 적게 들어가기도 하고, 동료 의원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후원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지자들에게 후원받은 정치자금을, 다른 정치인을 후원하기 위해 써도 되는 걸까.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기부한 정치자금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 공제되기 때문에, 후원받은 정치자금을 후원할 경우 국가보조금의 이중지원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 59조에 따라 후원받은 정치자금을 후원할 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후원받은 정치자금으로 후원하는 것이) 정치자금 제도의 취지에 약간 벗어난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현행법상으론 가능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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