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무릎, UAE 적, 도청까지…尹 감싸다 일 키운 與 갈지자 해명

김준영 2023. 4.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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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려다 서로 다른 논리로 충돌해 화를 키우는 일이 연거푸 발생하고 있다. 차분하게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과정 없이, 여러 인사가 중구난방으로 방어 논리를 펼치다보니 일어난 일이다.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툥령 내외가 25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바이든 대통령 내외와 친교행사를 갖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①“대통령 말 아니다” vs “DJ 인식 계승” =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파상 공세를 펴는 윤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는 여당의 섣부른 해명이 화를 키웠다. 지난 24일 공개된 WP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용서를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하자, 민주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기에 일본을 대변하고 있느냐”(강선우 대변인)고 비판했다.

야권이 ‘한국 대통령이라면 할 수 없는 말’이란 취지로 공격하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며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민주당의 말처럼 ‘대통령의 발언일 리 없다’는 전제하에 WP가 오역했다는 논리로 나아간 것이다.

반면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인터뷰한 내용은 1998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연설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건 어리석은 일’이란 말의 맥락과 본질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맞다’는 전제하에 “김 전 대통령의 인식을 계승하는 것일 뿐”이란 논리를 펼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최근 인터뷰한 워싱턴포스트 기자 Michelle이 지난 25일 트위터에 올린 글. 사진 트위터 캡처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WP 기자가 직접 트위터에 “나는”이라고 말한 윤 대통령의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유 대변인의 해명은 헛발질이 됐다. 유 대변인은 “사실관계 파악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향후에 좀 더 신중하게 논평하겠다”고 말했다.

②“美, 도·감청 안 했다” vs “우리도 한다” = 이달 초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이 일었을 때의 해명도 갈지자였다. 민주당이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에 큰 허점이 노출됐다”는 공세를 펴자,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문건은 완전한 거짓말이란 걸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온라인에 대량으로 유출되면서 연일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첩보활동과 정보 평가 등을 보여주는 새로운 '일급기밀'이 줄줄이 공개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A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CNN 방송, 영국 BBC 방송 등을 종합하면 유출된 문건과 연관된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부터 이란, 이집트, 이스라엘, 캐나다, 헝가리, 아이티까지 다양하다. 연합뉴스

하지만 같은 날 비슷한 시각,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에선 정반대의 논리로 정부를 옹호하는 국민의힘 의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직전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성일종 의원은 “각국이 도청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대한민국은 안 하겠나”라고 말했다. 방어 논리가 상충하자 민주당에선 “이러니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고 하는 것”(송갑석 최고위원)이란 조소가 나왔다.

③“UAE의 적은 이란, 아니다” vs “맞지 않나?”=지난 1월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 중인 장병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란 정부가 다음날 곧바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히자, 당시 김병민 비상대책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윤 대통령이 ‘UAE의 적은’ 하고 한 템포를 좀 쉬고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얘기한다. ‘적은’이라고 했던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위협적인 국가라고 에둘러서 정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반면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반대로 “이란이 UAE의 적대국이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리려다 스텝이 꼬여버린 여당의 모습을 현 상황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대통령 논란→여당의 엇박자 해명→논란 증폭’ 패턴이 반복되는 데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 경쟁이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가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안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제일 위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윤 대통령 방미 당시 ‘바이든-날리면’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대통령실은 여당의 초기 대응이 기민하지 못해 논란이 커졌다는 불만이 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WP 인터뷰 논란 때도 대통령실은 당에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며 “사실관계 확인에 앞서 논평이 나가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전당대회를 거치며 국민의힘은 대통령 중심 정당으로 더욱 굳어졌다”며 “당론도 구심점도 없이 대통령 눈치만 보는 정당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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