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프로농구 챔프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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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된 일인 것 같다.
2010년대 초 프로농구를 총괄하는 한국농구연맹(KBL) 고위 관계자들과의 저녁 자리였다.
프로농구는 어느 순간부터 대형 스타플레이어의 부재 속에 재미없는 수비 농구만 일삼았고, 이는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
25일부터 프로농구 최대 축제인 챔피언결정전 시리즈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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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된 일인 것 같다. 2010년대 초 프로농구를 총괄하는 한국농구연맹(KBL) 고위 관계자들과의 저녁 자리였다. 기자가 “이제 시청률에서 배구가 농구를 앞서고 있다. 농구 인기가 배구보다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KBL 관계자는 펄쩍 뛰며 “무슨 소리를 하느냐. 어떻게 농구가 배구보다 인기가 떨어질 수 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답답했다. 이전 화려했던 농구대잔치 때의 기억 속에 갇혀 있는 듯했다. 그래서 직설적으로 말했다. 실명을 거론해 미안하지만 허재, 문경은은 국민 10명 중 9명이 알고 있지만 김주성은 절반, 양동근은 두세 명에 불과하다고 말해줬다.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김선형은 농구에선 인기 스타지만 실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한두 명도 안 될 것이라고도 했다.
준수한 외모에 근성 있는 플레이를 펼쳤던 수도권 한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와의 대화도 기억난다. 그는 출퇴근할 때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했다. 그래도 농구계에서 최고 스타 중 한 명인데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냐고 물어보니 머쓱해하며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이 신경도 안 쓴다. 가끔 몇몇은 ‘웬 키 큰 젊은 애가 있냐’는 듯 힐끔 쳐다보기는 한다”고 전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면서 프로농구 인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지난해 말 한 데이터 분석회사가 전체 프로스포츠 구단 인기 순위를 조사해 보니 SK가 프로농구 구단 중에선 가장 높았지만 16위였다. 여자배구 흥국생명(4위), 여자농구 KB(15위)보다 낮았다.
프로농구는 어느 순간부터 대형 스타플레이어의 부재 속에 재미없는 수비 농구만 일삼았고, 이는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 농구인들과 단체는 이런 위기에 둔감했고, 연이은 승부조작·도박 사건으로 무관심의 대상이 됐다. 냉정하게 이제 프로농구는 애정과 관심 있는 사람들만 보는 마니아 스포츠가 됐다.
25일부터 프로농구 최대 축제인 챔피언결정전 시리즈가 열렸다. 하지만 주변에 이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포털 영상 생중계도 없다. ‘겨울스포츠의 꽃’으로 불렸던 농구대잔치 시절 인기를 생각하면 무척 아쉽다.
10여년 전 프로농구 위기라는 말이 나돌았는데 강산이 한 번 변한 지금도 여전히 위기다. 그렇다면 KBL이 대책 마련에 골몰해야 한다. 이전에 썼던 방법이 별 효과가 없었다면 차라리 이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하다못해 외국인 선수 제도 완전 폐지나 중계권료 대폭 인하와 같은 극단적 대책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구단과 지도자들도 각성할 필요가 있다. 수비 농구를 지양하고, 국내 선수들의 공격력을 키워야 한다. 많은 지도자가 공격을 외국인 선수에게 맡기고, 국내 선수는 이들을 뒷받침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용병 뽑기가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말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을 미디어에 많이 노출해 스타플레이어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 스포츠 중 직접 현장에서 관람할 때 가장 재미있는 종목이 농구다. 쉴 틈 없이 플레이가 이어지고, 극적인 3점포와 시원한 덩크슛이 터질 때 관중은 열광한다. 많이 늦었지만 이런 경기를 이전처럼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족을 달면, 지나고 보니 프로농구에서 보듯 한 스포츠 종목이 망하는 데엔 단계가 있다. 우선 경기가 재미없어지고, 스타플레이어가 사라진다. 그다음엔 경기 단체의 무사안일주의가 나온다. 국제대회 성적이 저조해진다. 팬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폭행·도박·승부조작 등이 연이어 터지며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프로스포츠, 특히 프로야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모규엽 문화체육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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