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출판인 왜 지원하냐”는 마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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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대입구역 7번 출구에 '플랫폼P'가 있다.
마포구가 작은 출판사와 출판 관련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공간으로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출판 창작자 지원 사업이 마포구 이익과 무관하다는 주장이 옳다면 산업을 키우고 기업이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발벗고 뛰는 현실은 어떻게 봐야 될까.
플랫폼P는 출판 진흥에 대한 마포구의 의지가 표명된 시설이자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국내외에서 견학을 오는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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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대입구역 7번 출구에 ‘플랫폼P’가 있다. 마포구가 작은 출판사와 출판 관련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공간으로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AK플라자 주차장과 연결된 5층짜리 건물의 2·3층을 사용하는데, 마포구가 운영비로 연 10억원가량을 지원한다.
플랫폼P에는 현재 1인 출판사, 작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등 출판 관련 회사와 창작자 52곳이 입주해 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출판하는 레모 출판사가 이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고, 여러 문학상을 받은 여성 작가 장류진이 여기서 글을 쓴다.
플랫폼P는 2020년 7월 문을 연 후 출판 창작자들에게 호평을 받아왔다. “이렇게 큰 규모로, 이렇게 세심하게 젊은 출판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곳이 없다”는 평이다. 그래서 신규 입주 모집을 할 때마다 수백곳에서 응모한다.
젊은 출판 창작자들의 공유 오피스이자 창업 공간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던 플랫폼P가 최근 존폐 위기에 처했다. 오는 7월이면 입주자 30여곳이 기간 만료로 떠나야 하는데 신규 입주자를 뽑지 못하게 됐다. 마포구는 신규 입주 선정 관련 절차를 계속 미루더니 최근 신규 입주자를 뽑지 말라는 공문을 운영사에 보냈다. 이렇게 되면 7월부터 빈자리가 대거 늘어나게 된다. 내년이면 이 공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플랫폼P의 파행은 지난 연말부터 시작됐다. 마포구는 기존 운영사와 계약을 연장하면서 3개월 계약을 하더니 다시 9개월 계약을 했다. 공공계약으로는 이례적인 단기 계약이다. 이달에는 플랫폼P 한쪽에 출판과 무관한 구청의 청년일자리사업 참가자 15명을 입주시켰다. 출판 지원 센터라는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입주자들은 이를 출판 창업자 몰아내기로 규정하고 최근 협의회를 결성해 대응에 나섰다. 입주사협의회는 지난해 마포구청장이 바뀐 후 플랫폼P를 일자리센터나 스터디카페로 바꾸려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본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지난달 구정질의 답변에서 “우리 구비를 투입해서 전국적으로 모든 출판인을 위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가?”라며 플랫폼P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게 절실하다면 우리 마포구에 민원을 제기하지 말고 문화체육관광부나 서울시에 가서 지원금을 요청해야 좋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출판 창작자 지원 사업이 마포구 이익과 무관하다는 주장이 옳다면 산업을 키우고 기업이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발벗고 뛰는 현실은 어떻게 봐야 될까. 지금까지 100여곳이 플랫폼P의 지원을 받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마포구에서 창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원 사업의 성과가 마포구로 귀속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더구나 마포구는 국내에서 출판사와 출판 인력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고, 출판 창업 시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지역이다. 2010년 서울시가 지정한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이기도 하다. 출판산업과 출판인은 마포 지역경제와 굉장히 깊게 연결돼 있다. 그 역사도 결코 짧지 않다.
플랫폼P는 출판 진흥에 대한 마포구의 의지가 표명된 시설이자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국내외에서 견학을 오는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젊은 창작자들을 통해 마포 출판산업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곳을 마포구 이익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서 출판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을 몰아내고 무슨 일자리센터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일까.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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