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AI로 돈 벌겠다는 그들에게
마침내, 챗GPT 개발사가 상표권까지 주장한다. 오픈AI는 24일 허락 없인 ‘○○ GPT’란 이름을 쓰면 안 된다고 공지했다. 두 달 전엔 챗GPT에 더 편하게 접속할 수 있는 유료 상품을 내놨다. 기업들에겐 챗GPT 활용 경로(API)를 유료로 판다. 2015년 비영리기구로 출범한 오픈AI는 오픈소스로 개발 성과를 공개해 ‘인간에게 더 안전한 AI’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2019년) 이후 방향은 ‘안전하게 돈 버는 AI’로 뚜렷해졌다.
한국의 IT 대기업과 스타트업도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이들은 미·중 기술 기업에 AI 시장을 다 내주지 않도록 도와달라고도 호소한다. 기꺼이 응원할 일이다. ‘국뽕’보다도, 다양성은 AI 시대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정 소수의 AI기업이 모든 정보를 빨아들인다면 혁신도 중단된다.
그런데 ‘마음의 응원’만 바란 건 아니었다. 기업들이 AI 훈련에 쓸 각종 데이터를 더 편하게, 걱정 없이 활용할 수 있게 제도화해달라는 요구가 줄기차게 있었다. 국회에 계류된 저작권법 전부 개정안은 그 호소의 성과다. 이 법안 43조(신설)는 AI기업이 데이터를 얻는 과정에 불법이 없었다면 저작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즉 데이터를 무료로 쓰게 했다. AI·데이터 산업 육성 의지가 담겼다. 이렇게 잘 키운 AI로 기업들은 우리의 안전과 풍요를 더 키울 것인가.
너무 이른 질문이 아니냐고? 산업계 전문가들은 올여름부터 본격적으로 AI 수익화 경쟁이 벌어질 거라고 본다. AI 기업들에 집중될 부와 정보, 권력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질문을 시작할 때다. 그렇지 못했던 과거를 보자. 거대 플랫폼 덕에 개인의 정보 접근성은 커졌지만, 그 정보와 이익이 플랫폼에 지나치게 집중된 탓에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친 페이스북 스캔들(캠브리지 애널리티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포털 뉴스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을 기억한다. 내년 한국엔 총선이, 미국엔 대선이 있다. AI 시대에 가짜뉴스는 더 심해질 수 있다는데,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까.
그래서 좀 더 정교한 약속과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데이터 생산자에 대한 보상을 더 적극 고민해야 한다. 가짜뉴스, 기후위기처럼 삶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AI와 AI기업들이 기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지금 이 시간에도 글, 사진,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데이터 생산자에 대한 존중이다. 혹여 모래알만한 기여이더라도, 그 모래알 없인 지금의 AI도 없었다.
박수련 IT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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