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73) 꽃이 진다하고
2023. 4. 27. 01:00
꽃이 진다하고
송순(1493∼1582)
꽃이 진다하고 새들아 슬퍼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戱)짓는 봄을 새와 무삼하리오
-면앙집(俛仰集)
난세를 사는 법
꽃이 진다고 새들아 슬퍼하지 말아라.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니 꽃의 탓이 아니다. 가노라고 휘젓는 봄을 미워해서 무엇하겠는가.
이 시조는 자연의 풍경에 시인의 감상(感想)을 담고 있다. 조선 제12대 왕 인종이 승하하고 명종이 즉위하던 1545년(을사년), 계비(繼妃)이며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의 동생 윤원형이 중종의 제1계비 장경왕후의 오빠 윤임을 비롯해 많은 선비들을 척살하는 것을 보고 탄식하여 지은 노래라고 전한다.
송순(宋純)은 을사사화 5년 뒤에 연좌된 사람의 자제를 기용했다는 죄로 파직되어 유배되었다. 그렇게 보면 ‘꽃이 진다’는 선비들의 죽음을, ‘새들’은 세상 사람들을, ‘바람’은 사화를, ‘희짓는 봄’은 득세한 가해자들을 은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송순은 유배가 풀린 뒤에도 큰 벼슬을 사양하고, 고향 담양에 지은 면앙정에서 은거하였다. 그는 선비들과 함께 시가 짓기를 즐기며 명작 ‘면앙정가’를 남겼다. 이로써 면앙정 가단(歌壇)이라는 호남 제일의 가단이 형성되었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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