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압박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간접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미국이 한국에 일종의 ‘청구서’를 내민 모양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의 다음 단계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고위 관계자는 “침략당한 나라를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중요성을 한국보다 잘 아는 나라는 없다”는 뼈있는 말을 덧붙였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등 국제사회가 참전해 북한과 중공의 침략을 물리쳐 오늘날의 한국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공개된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요구에 호응하는 듯한 답변을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묻자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해야 할 때가 온다면, 최전선의 상황이 달라진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자유와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힘을 모으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인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압력을 느끼느냐’는 질문엔 “그런 압력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조건부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은 전쟁 개입”이라며 북한에 첨단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이와 관련,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날 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FP는 윤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북한과 중국의 점진하는 위협에 직면한 한국이 미국의 글로벌 동맹국 중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으려는 노력을 반영한다고 논평했다.
이와는 별도로 이날 브리핑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 관여하는 방식에 있어서 대북정책 공조와 인권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한·미가 군사적 수단 외에 장기적인 외교전을 위한 수단으로 인권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진핑, 젤렌스키 첫 통화=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26일 보도했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중국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중국의 핵심 입장은 협상을 권하고 대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면서 “대화와 협상은 실행 가능한 유일한 출구”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 정부 유라시아업무 특별대표를 우크라이나 등에 파견해 정치적 해결에 대해 각 측과 소통할 것이라고 언급, 중재외교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통화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시 주석과 길고 뜻깊은 통화를 했다”며 “이 통화가 양국 관계 발전의 강력한 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적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정영교 기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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