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스턴 클러스터’에서 혁신창업의 해법 찾아와야
대통령실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 현지의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코닝이 한국에 대해 15억 달러 추가 투자를 예고했다며 방미 이틀 만에 총 59억 달러(약 7조8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전날 넷플릭스가 밝힌 25억 달러 투자와 이날 투자신고식에 참석한 6개 기업의 투자(19억 달러)를 더한 금액이다.
국빈 방문 시작부터 세일즈 외교 성과를 올린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투자 성과에 더해 그간 보고와 뉴스로만 접해 왔을 혁신창업의 현장들을 방문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국정 운영에 적극 반영해 주길 기대한다. 이번 순방 일정 중 28일의 보스턴 방문은 그 의미가 크다. 대통령실은 이날 일정을 ‘디지털 바이오 석학과의 대화’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들과 만나고 하버드대에서 강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은 21세기 바이오 혁명의 세계적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보스턴 클러스터’라 불리는 이 지역엔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를 비롯해 첨단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밀집해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비결은 산·학·연의 유기적 교류가 일어나는 ‘혁신 생태계’다. 대학의 연구성과가 스타트업 창업이나 기술 이전으로 이어지고, 창업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세계적 연구자들을 찾아다니는 선순환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MIT의 공학과 하버드의 의학이 융합돼 혁신기술로 변신하고 있는 지점이다. 덕분에 세계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의 10%가량이 이곳에서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도 연구개발(R&D) 투자로 따지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가 세계 1~2위를 경쟁하고 있고, 절대 투자액으로도 세계 5위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R&D 투자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어냈냐고 묻는다면 답하기가 쉽지 않다. 이른바 ‘코리아 R&D 패러독스’다.
한국은 지금 반도체 등 주력산업에서 성장의 한계에 부닥쳐 있다. 유일한 해법은 R&D 혁신과 이를 통한 신성장 엔진의 창출이다. 세계적 RNA 석학인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도 RNA 연구는 세계적 수준인데, 보스턴 클러스터와 같은 혁신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매우 아쉽다”며 “국가 정책을 이끄는 사람들이 R&D와 혁신창업 생태계의 중요성을 절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호소했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국내 혁신창업 생태계의 도약으로 이어지는 배움과 각성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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