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 "한국, 美 기쁘게하려 日에 머리숙여"…정부 "무례" 반박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를 두고 중국 관영 매체가 '한국 정부는 미국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일본에 머리를 숙였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국제 정세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저급하고 무례한 주장"이라고 26일 반박했다. 정부가 직접 중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아닌 특정 매체의 보도에 반박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기고된 칼럼에 대해 "소위 중국 관변 매체의 무례와 오만함이 도를 넘고 있다"며 "관련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호존중과 호혜의 정신에 따라 발전돼야 할 한중 관계를 오히려 저해하고 손상하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기쁘게 하려고 역사를 무시하고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놨다. 이는 지난 24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100년 전의 과거사에 대해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으라고 할 수 없다'고 한 대목을 꼬집은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일본에 침략당했던 아시아 국가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며 "한국과 다른 아시아 사람들의 감정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은 반드시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윤 대통령 발언이 자신의 보수적 정치 신념에 따라 미국과 일본을 맹목적으로 배려한 것이라는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샹하오위 연구원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민주 국가들이 권위주의적인 전횡이 아닌 자유롭고 개방적인 규범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추구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우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각국이 인태지역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련 정책과 조치를 마련하는 배경과 원인이 과연 무엇인지 언론사 스스로 깊이 자문해보기 바란다"고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며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일부 중국의 관변 매체와 소위 전문가의 터무니없는 주장은 중국의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중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아닌 특정 매체의 보도에 대해 반박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지난 20일 윤 대통령의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 발언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인 배경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한국 외교부는 왕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이라며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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