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안 가진 교민과 반려견까지 출국수속 미리 준비”
“애완견, 애완묘도 수속에 문제없도록 조치해놨습니다.”
군벌 간 무력충돌이 격화하는 수단에서 교민 대피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수송기가 먼저 (수단에) 자리 잡고 있어 빨리 떠나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프라미스(Promise·약속)’로 명명된 이번 작전에서 신속대응팀장을 맡은 최영환 재외동포영사실장과 남궁환 주수단 대사 등이 당시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21일 한국을 떠나 지부티에 도착한 공군 수송기 C-130J ‘슈퍼 허큘리스’는 24일 0시25분(한국시간) 포트수단 공항에 착륙했다. 정부는 상황이 긴급해 구두로 공항 사용 허가를 받고 비행기부터 띄웠다. 이 때문에 착륙 후 3시간 동안 공항 관계자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비행기는 준비됐지만, 하르툼의 주수단 대사관을 떠난 교민들의 도착이 지연돼 정부 관계자들은 공항에서 21시간을 대기했다. 그 사이 최대한 빨리 이륙할 수 있도록 모든 사전 조치를 마쳤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항 업무를 보니 교민들이 도착했을 때도 모든 출국 수속을 비상 상황이 아닌 평시처럼 할 것처럼 보였다”며 “일괄적으로 신속하게 출국 수속을 할 수 있도록 협의했고, 여권을 갖고 있지 못한 교민 6명을 위해 긴급여권 등을 조치했다”고 말했다.
마침 군 수송기도 수속 게이트와 가까운 곳에서 교민들을 맞이할 수 있어, 버스로 36시간 이동한 교민들은 공항 도착 45분 만에 수단을 벗어날 수 있었다. 공항에서 자국민을 기다리던 국가는 영국, 이집트, 일본 정도였다고 한다. 한국 교민과 함께 포트수단에 온 다국적 피란 그룹 중 상당수는 다음 탈출 수단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하르툼에선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작전 초기 상황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연락이 닿지 않은 교민들에게는 20번, 30번 연락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대사관 직원들은 하루 15시간씩 총소리가 들리는 상황에서 급히 짐을 챙겨 나와 작전에 임했다. “상·하의 짝을 맞춰 옷을 챙겨 나오는 것조차 사치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르툼을 벗어나면서 다소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동 경로 대부분 시골길이었는데, 교민들은 ‘하르툼을 떠나기만 했는데도 안정이 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남궁 대사는 “교민 28명이 안전히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국민 성원과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 덕분”이라며 “식량난, 연료 문제도 있었지만, 같이 나눠쓰며 버텼다”고 설명했다.
이근평·박현주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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