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들여 개발한 녹조제거용 선박, 못 쓰고 폐기
국내에서 45억 원의 연구비를 들여 녹조 제거용 선박을 개발했지만, 운영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환경부가 폐기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베트남에서는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이 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정책기반 공공기술 개발사업의 하나로 지난 2018년 7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조류(藻類) 제거 선박 개발과 관련한 연구 과제 2개를 동시에 진행했다. 하나는 서울대가 주관한 ‘수상 이동형 조류 제거선 개발’ 과제로 총 39억3067만원의 연구비가 들어갔다. 이 중 29억4800만원은 환경부가 지원했다. 다른 하나는 K 선박설계 회사가 주관한 ‘효율적이고 신속한 조류 스컴 수거 선박의 개발’로 전체 6억 4133만원 연구비 중에서 4억8100만원을 환경부가 지원했다. 스컴(scum)은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덩어리를 말한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와 K사는 두 연구 과제에 모두 참여했으며, K사가 주관한 연구과제에서 나온 결과를 서울대가 주관하는 연구과제에 반영하는 형태였다. 두 연구 과제에는 정부 지원 34억2900만원을 포함해 45억7200만원이 들어갔다.
K사는 세 종류의 소형 실험용 선박을 개발해 시운전까지 했고, 서울대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선체 길이 10m, 폭 6m의 ‘농축 탑재 개폐형 조류 제거선’을 최종 완성했다. 하지만 연구 개발이 끝난 후인 2021~2022년 낙동강 등지에서는 녹조가 심하게 발생했는데도 이 선박이 운영됐다는 기록은 없었다.
서울대 한무영 교수는 “운영 예산이 없어 2021년 내내 배를 낙동강 창녕함안보 인근 주차장에 그냥 뒀는데, 환경부에서는 민원도 발생하고 하니 연구를 진행한 쪽에서 폐기 처분하는 게 좋겠다고 2021년 말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대는 해당 선박을 폐기 처분했고, 이제는 사진과 설계도만 남은 상태다.
한 교수는 한 해 20억원이 넘는 선박 운영 예산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고 추측한다. 보험료나 유류비는 말할 것도 없고, 여름철에만 작업하는데, 인건비는 1년 내내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 수위가 크게 올라가는 홍수 때마다 크레인으로 배를 육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때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미국·중국·베트남 등에 특허를 냈더니, 미국 플로리다 지역이나 베트남에서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며 “국내에서도 대청호 등 녹조가 발생하는 호수에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한 기술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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