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작품 곳곳에 소명·감사의 향기를 불어넣는다

박성희,kr 2023. 4. 2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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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행복 그리는 구승희 작가
구승희 작가는 곱슬머리 여인을 통해서 일상에서 느끼는 진정한 행복을 그리고 있다.


구승희(46) 작가의 작품에는 곱슬머리 여인이 등장한다. 커다랗게 부풀어진 곱슬머리와 커다란 두 눈이 특징인 이 여인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행복한 기분이 든다. 지난 18일 구 작가를 만나 그 이유를 들었다.

난 원더우먼, 52.5×79cm, 2023


구 작가의 초기 작품 속 여인은 긴 생머리였다. 그러다 구 작가가 결혼 후 그림도 그리고, 집안일도 하고, 육아도 맡게 되면서 마음속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캐릭터의 헤어스타일도 구불구불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긴 생머리 여인을 통해 성공에 대한 갈망과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당당함을 표현했다면 곱슬머리 여인을 통해 빠르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바깥일도 집안일도 다 해내야 하는 원더우먼의 모습(사진)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렇듯 구 작가는 작품의 출발점을 자신에게서부터 찾고 있다.

구 작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미술을 전공하고 화가가 되었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변함없이 몰두하는 스타일이라 그림 그리는 일상이 고마움이고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작업 속도가 유난히 나지 않았다. 그림 그리는 작가 엄마로서 아이가 학원에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니 점점 조바심이 났다. 잠시 숨을 고르고 아이를 바라보니, 엄마의 화난 모습에는 아랑곳없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네 위에서 천진한 얼굴로 놀고 있었다. 그때 구 작가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에 있음을 깨닫고 구체적인 일상의 행복을 그리기 시작했다.

“과거의 저를 비롯한 현대인들은 하나님께 받은 소명을 따라가기 보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좇아 헤매고 있는 모습이에요. 소명을 따르며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여성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탄생한 곱슬머리 여인을 구 작가는 “불어오는 바람에도 감사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구 작가는 곱슬머리 여인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곱슬머리에 노란색을 입혔다.

동양화를 전공한 구 작가는 두꺼운 한지(장지)에 천연 안료인 분채를 사용하여 채색하고 있다. 분채는 한 번에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색을 겹겹이 쌓아 올려 발색이 뛰어나고 색상이 밝고 경쾌한 특징이 있다. 곱슬머리 여인이 밝고 경쾌한 옷을 입고 있는 셈이다. 또한 곱슬머리 사이사이로 바람과 햇살 등 행복한 기운이 느껴질 수 있도록 곱슬머리를 화사하게 부풀렸다.

곱슬머리 여인의 또 다른 특징은 커다란 눈에 눈동자가 없다는 것이다. 눈 가운데 눈동자 대신 육각수를 그려 넣었다. 평범한 물이 사랑과 감사 등 긍정의 아름다운 말을 들었을 때 육각의 결정체를 만들어 이로운 물로 바뀐다는 이야기에 착안했다.

즉 곱슬머리 여인은 긍정의 말을 듣고 긍정의 생각을 하는 진심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다. 구 작가는 “표정은 남을 속일 수 있지만 눈동자는 거짓말을 못한다”며 “곱슬머리 여인이 추구하는 행복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 작가는 기독교인의 일상을 보물찾기에 비유했다. “하나님은 일상에서 우리를 웃게 만들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곳곳에 두셨어요. 욕망을 좇아 바쁘게 사는 삶이 아닌 하나님이 숨겨 둔 보물을 찾는 삶, 그것이 기독교인의 진정한 행복이고 감사라고 생각해요”

구 작가는 “곱슬머리 여인을 통해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이 모여 행복한 인생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담아서, 162×130cm, 2021


2020년 봄 코로나로 모두가 집에 있을 때였다. 구 작가가 오랜만에 잠깐 본 바깥세상에서는 꽃잎이 흐드러지게 떨어지고 있었다. ‘봄이 언제 왔는지, 꽃이 언제 피었는지도 몰랐는데 벌써 지고 있다니…’ 구 작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쉬운 현재의 모습을 마음에 담아 둔다는 의미의 ‘담아둘게’라는 작품(사진)을 그렸다.

우리, 140×110cm, 2023


또한 구 작가는 아이가 커갈수록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적어짐을 느끼게 되면서 어느 순간 가족이 함께 모여 있는 시간이 진짜 행복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곱슬머리 여인이 가족과 함께 있는 그림(사진)에는 진정한 행복을 뜻하는 파랑새가 가족 주변에 머물고 있다.

구 작가는 다음달 가정의 달을 맞이해 ‘소중함’을 주제로 4일부터 20일간 롯데월드타워 11층 전시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가족이 함께 하는 평범하지만 행복한 순간 등이 소개된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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