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벽화'로 날아간 구자욱 결승포…삼성, 두산 꺾고 4연패 끝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30)이 '적장'으로 대구를 찾은 자신의 우상 앞에서 값진 결승 홈런을 터트렸다.
삼성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구자욱의 결승 솔로포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4연패를 끊고 중위권 재도약의 희망을 살린 1승이었다.
반면 자신이 영구결번(36번)을 남긴 친정팀 삼성과 고향 대구에서 처음으로 맞붙은 이승엽 두산 감독은 아끼던 후배 구자욱에게 통한의 한 방을 맞고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두산은 3연승을 마감했다.
구자욱은 이승엽 감독과 인연이 깊은 선수다. 이 감독처럼 대구에서 나고 자라 고향팀 삼성에 입단했고, 이 감독의 마지막 세 시즌(2015~2017년)을 함께 뛰었다. 일찌감치 '이승엽의 후계자'로 기대를 받았던 구자욱은 이 감독이 은퇴한 뒤 삼성 간판스타의 자리를 물려 받았다.
그는 상대 팀 사령탑이 된 이 감독의 첫 '대구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승엽 감독님이 야구장으로 돌아오셔서 기쁘다. 감독이 되신 모습을 보니 낯설긴 했지만, 그 모습도 멋졌다"며 "스승이신 김한수 코치(전 삼성 감독·현 두산 수석코치)님, 영웅이신 이승엽 감독님을 동시에 뵐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삼성 선수'라는 본분은 잊지 않았다. "지금은 팀이 연패에 빠진 상황이라 승리가 절실하다"며 "이 경기에서 꼭 이겨서 박진만 삼성 감독님께 승리를 선물하고 싶다. 좋은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구자욱은 그 다짐을 타석에서 실행에 옮겼다. 0-0으로 맞선 4회 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시속 149㎞ 직구를 걷어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오른쪽 외야 관중석 위에 그려진 '이승엽 벽화' 근처로 날아가는 타구였다. 이날 양 팀의 유일한 득점이 '이승엽 키즈'의 방망이에서 만들어졌다.
두산에게도 승부를 뒤집을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번번이 결정타가 나오지 않아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2회 무사 1·2루, 6회 1사 1·3루와 2사 만루 기회를 모두 살리지 못했다. 마지막 공격이던 9회 초에는 선두 타자 양의지가 좌중간으로 2루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삼성 중견수 김성윤의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에 걸렸다.
나란히 호투한 양 팀 외국인 에이스도 홈런으로 희비가 갈렸다. 삼성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은 6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져 시즌 2승(2패)째를 올렸다. 알칸타라 역시 6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아내며 1실점으로 버텼지만, 실투 하나가 화근이 돼 시즌 2패(2승)째를 떠안았다.
구자욱은 경기 후 "주목을 많이 받은 경기라 박진만 감독님께 승리를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승리를 선물해 드리겠다"며 "연패를 끊어서 다행이다. 이제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선발 뷰캐넌이 에이스다운 피칭으로 연패 탈출에 힘을 실어줬다. 타선에선 구자욱의 홈런이 승리의 발판이 됐다"며 "김성윤의 호수비도 마무리 투수 이승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팀이 다시 좋은 흐름을 탈 수 있도록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경기에는 수요일 야간경기인데도 9213명의 관중이 몰려 이승엽 감독을 향한 삼성 팬들의 관심을 짐작케했다. 올 시즌 평일 5경기 평균 관중 수(4879명)의 두 배에 가까운 인원이다.
대구=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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