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해결한다더니 ‘책임 공방’만 열심인 여야 [취재수첩]
전세사기 피해가 경기 동탄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정치권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진 데다 정부가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를 중지하자 뒤늦게 관련 법안 심사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여야가 ‘네 탓 공방’을 하느라 관련 논의는 여전히 진전이 없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9월부터 4월 20일까지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30여건에 달한다. 이들 법안 가운데 상습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나쁜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는 법안과 세금 체납 시 임대사업자 등록을 불허하는 민간임대주택법, 공인중개사의 권한과 의무를 강화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등은 최근 들어서야 뒤늦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할 법안 17건은 여전히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전세사기의 핵심인 보증금 회수 문제와 관련해서도 최근 법안들이 연이어 발의됐지만 통과 전망은 확실치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 4월 20일 열린 국토 교통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의 ‘네 탓 공방’이 이어졌다. 현 정부의 늑장 대처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야당과 전 정부인 야당이 원인을 제공해놓고 이제 와서 정부를 비난한다는 여당의 날 선 비판이 오갔다. 결국 이날 회의에는 전세사기 방지 관련 법안이 하나도 상정되지 않았다.
같은 날 여야가 당정 협의회를 열고 전세사기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는 했다. 이날 경매 유예 대상 주택을 확대하고 피해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거론됐다. 하지만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고, 구체적인 방법을 두고는 여전히 여야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시장 우려는 여전하다. 여야가 이제 와 책임 공방을 할 게 아니라 서둘러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피해자 구제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6호 (2023.04.26~2023.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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