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에 무슨 일이...삼성과 ‘패널 동맹론’ 두고 해석 분분
“실적이 안 좋으니, 자존심을 굽혀서라도 LG디스플레이가 삼성과 손을 맞잡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 들려오는 ‘LG디스플레이’에 대한 평가다. 증권가와 은행권을 가리지 않고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우려가 가득하다. 실적 때문이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연간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전망은 좋지 않다. 2023년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1조390억원이다. 분기 적자 규모가 지난해 연간 적자의 절반이 넘는다.
전문가들 “우려할 수준 아냐”
특히 ‘삼성전자 동맹론’이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사실, LG디스플레이의 부진을 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TV 가전 출하량 감소와 LCD 패널 철수, OLED 사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의 부진은 어느 정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차입한다는 공시가 나왔을 때도 시장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재무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가 적극 나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위기설은 ‘삼성전자’와의 협상 재개설이 불거지면서 커졌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TV에 LG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을 공급한다는 이른바 ‘패널 동맹론’이 다시 새어 나왔다. 소문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LG디스플레이 실적이 지나치게 악화된 탓에, 삼성전자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면서까지 납품을 하려고 한다는 것. 두 기업의 패널 공급에 대한 논의는 2021년부터 꾸준히 진행돼왔다. 지난해도 논의가 오갔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들어간 TV를 프리미엄보다 한 단계 낮은 상품으로 책정하려 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차이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하반기 경기 침체로 가전 수요가 줄면서 TV 생산이 불투명해졌다. 결국 패널 공급은 없던 일로 끝이 났다.
이후 ‘없던 일’처럼 여겨지던 패널 동맹론이 4월 중순부터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는 TV용 W-OLED 패널 공급에 대해 논의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공급 물량은 20만대부터 시작해 연간 200만대 규모의 W-OLED 패널 공급이 예상된다. 다만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지난해부터 줄곧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일부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우’라고 내다본다. 우려 사안이 아닌 실적 개선의 신호탄이라는 설명이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신규 고객 확보는 W-OLED 생산라인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2024년 대형 OLED 패널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확보하면 상저하고 가능
상반기 이후 하반기 ‘턴어라운드’
업계에서 전망되는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실적은 ‘상저하고’다. 1·2분기 실적에서 바닥을 찍은 뒤 3분기부터 점차 회복할 것으로 예측한다. 4분기에는 흑자전환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상반기 실적 부진 원인은 주요 제품의 수익성 악화와 구조조정이다. LG디스플레이 주력인 LCD TV 패널, W-OLED, P-OLED가 모두 수익성이 좋지 못한 상태다. LCD TV 패널은 가격이 반등했지만 물량이 급감했다.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TV에 주로 쓰이는 W-OLED는 판매 부진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IT 제품과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로 쓰이는 P-OLED 역시 비수기 영향으로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들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2023년 하반기가 ‘터닝 포인트’라고 내다본다. 하반기에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2024년부터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 상황에 호재가 많아서다. 생산라인을 OLED에 맞춰 효율화하고, 비용 감소를 극대화한다면 매출·영업이익이 본격적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현재 LG디스플레이 OLED 사업은 소형, 중형, 대형 등 전(全) 사업 부문에서 원가 구조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원가 구조 개선이 잘 마무리된다면, 2024년에는 큰 폭의 실적 개선도 기대해볼 수 있다.
소형 OLED 패널은 아이폰 OLED 패널 공급 점유율 상승(2022년 20% → 2023년(예상) 35%)에 따른 생산량 증가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올해 20조원 수주 잔고가 추정되는 차량용 OLED 패널은 전기차 시장 팽창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최근 완성차 업체가 만드는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장 부품과 디스플레이 탑재 비율이 높다. 전기차 시장 확대는 곧 LG디스플레이의 주력 제품인 P-OLED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2024년 첫 공개 예정인 아이패드의 등장도 반갑다. 아이패드용 OLED에서 60~70% 수준의 공급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추후 삼성전자와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대형 OLED 패널의 매출 증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신규 고객사 확보에 성공한다는 가정 아래 2024년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패널 출하량은 2023년 대비 6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긍정적인 예측이 대부분 ‘맞아떨어진다는 가정’ 아래 증권가는 2024년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을 매출 26조4000억원, 영업이익 8080억원으로 전망한다.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2년 만에 적자 행진을 벗어나 ‘흑자’로 돌아서는 셈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6호 (2023.04.26~2023.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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