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새 시총 33조 ‘쑥’…2차전지 밸류체인 완성 포스코그룹 날았다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4. 26. 21: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철강 대표 주자 포스코그룹 체질이 달라졌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해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실리콘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마다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안간힘을 쓰면서 어느새 밸류체인을 완성한 상태다. 2차전지 테마 열풍을 타고 주가도 날개를 달았다.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광양 공장 전경. 단일 공장 세계 최대 규모인 연산 9만t으로 지난해 하반기 준공했다. 사진 아래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포스코 제공)
원료부터 소재까지 밸류체인 구축

2차전지 소재 매출 41조원 기대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한 포스코그룹 6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4월 17일 기준 75조30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2월 29일) 41조5917억원에서 무려 33조4391억원(80%) 늘었다. 연초까지만 해도 포스코그룹 시총은 카카오그룹보다 적어 6위에 머물렀지만, 최근 카카오그룹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포스코그룹 시가총액 증가세를 이끈 것은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소재 관련 기업들이다. 포스코그룹은 리튬, 니켈, 흑연 등 2차전지 소재 원료부터 전구체, 양극재, 음극재와 차세대 2차전지용 소재까지 생산, 공급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만 매출 41조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다.

포스코홀딩스는 2차전지 소재 원료 확보에 주력한다. 아르헨티나 소금호수 근처에 연산 2만5000t 규모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준공이 목표다. 2만5000t 규모 2단계 공장도 착공, 2025년까지 수산화리튬 5만t 생산 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수산화리튬은 리튬의 수산화물로 국내 배터리업계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에 쓰인다.

리튬은 2차전지 주요 소재인 양극재 원료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아르헨티나가 미국의 광물 조달국으로 인정받을 경우 미국 전기차 기업에 양극재를 납품할 수 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을 해외에서 조달하더라도 한국에서 가공해 50%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세액 공제를 받게 된다.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리튬 30만t 생산, 판매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이태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IRA 지침에 따라 포스코홀딩스의 리튬 매출이 본격화될 2025년부터 중국산 배제로 공급이 줄어 리튬 가격이 높아지는 점이 호재”라고 분석했다. 덕분에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53%가량 뛰었다. 4월 17일 종가가 42만35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포스코퓨처엠 기대 만발

양극재 수주 급증, 매출 5조 넘을 듯

포스코케미칼에서 사명을 바꾼 포스코퓨처엠에 거는 기대도 크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3920억원을 투자해 경북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 내 NCA 양극재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생산 규모는 연산 3만t으로 60㎾h급 전기차 30만여대에 1년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올 상반기 착공해 2025년부터 제품을 생산, 판매할 예정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특히 NCA 양극재는 NCM,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와 비교해 배터리 밀도와 출력이 높아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이 NCA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삼성SDI와 2032년까지 40조원 규모의 하이니켈 NCA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덕분이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최장 기간 수주로 대규모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하려면 공장 증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4월 포항에 3만t 규모의 NCMA 양극재 공장을 착공해 내년 가동을 앞둔 만큼, 이번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면 포스코퓨처엠은 포항에서 연 6만t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전남 광양, 경북 구미에도 각각 9만t, 1만t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췄다.

해외 공장 증설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와 세운 합작사 ‘얼티엄캠’을 통해 총 3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5년 3월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5000t 규모의 중국 공장 생산량도 3만5000t으로 증설 중이다.

양극재뿐 아니라 음극재 분야 성과도 두드러진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세종 공장에서 천연흑연 7만4000t을 생산 중인데 연말까지 8만6000t으로 증설할 예정이다. 포항 인조흑연 공장에서도 연간 8000t의 음극재를 생산 중이다. 2024년 생산 규모를 1만80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양극재 시장 규모는 올해 356억달러(약 47조원)에서 2030년 829억달러(약 108조원)로 233% 성장할 전망이다. 음극재 시장도 급성장해 2030년 205만t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SDI와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재 계약을 체결한 만큼 향후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업체와의 추가 계약 기대감도 높아졌다.

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매출 5조5089억원, 영업이익 3495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각각 67%, 111% 증가한 수치다. 덩달아 포스코퓨처엠 주가도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주가가 10만원대 초반이었지만 최근 40만원을 넘어 4배 가까이 치솟았다. 4월 17일 포스코퓨처엠 시가총액은 29조원을 웃돌아 코스닥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28조7536억원)까지 제쳤다.

차세대 소재 개발 성과

고체 전해질, 실리콘 음극재 기술 두각

여세를 몰아 포스코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 사업에도 힘쓰는 중이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2월 전고체 배터리용 고체 전해질을 만드는 ‘정관’과 함께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을 설립했다. 지난해 10월 공장을 준공해 연간 24t의 고체 전해질 생산능력을 갖췄다. 고체 전해질은 전고체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전지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한 액체 전해질을 대체해 안전성,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포스코홀딩스 자회사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대규모 실리콘 음극재 생산을 준비 중이다. 2025년까지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3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5000t 규모 실리콘 음극재 생산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2030년에는 연산 2만5000t의 생산 체제를 갖춘다는 목표다.

실리콘 음극재는 리튬 이온 전지에 대부분 사용되는 흑연계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 정도 높다. 덕분에 전기차 주행 거리 향상은 물론 충전 시간도 단축할 수 있는 차세대 음극재로 각광받는 중이다. 2020년 6000t으로 글로벌 음극재 시장의 1.2%에 불과했던 실리콘 음극재는 2027년 약 32만t까지 늘어 비중이 10.1%로 높아질 전망이다. 2차전지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해온 포스코그룹은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7월 실리콘 음극재 개발업체인 ‘테라테크노스’를 인수해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뿐 아니다. 포스코는 배터리 소재뿐 아니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포스코홀딩스가 폴란드에 세운 2차전지 재활용 공장 ‘PLSC(Poland Legnica Sourcing Center)’는 지난 1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PLSC는 유럽 지역 2차전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폐기물)과 폐배터리를 수거, 분쇄해 가루 형태의 중간가공품(블랙매스)을 연간 약 8000t 생산한다. 올해 매출 규모는 700억원 수준이다.

포스코홀딩스가 최근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준공한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도 폐배터리 사업의 한 축을 맡는다. 이 공장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술을 보유한 중국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 형태로 지어졌다. PLSC 등에서 블랙매스를 공급받아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양극재 원료를 추출할 계획이다.

오는 5월 초도 제품을 생산한 뒤 인증을 거치면 9월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연간 탄산리튬 2500t, 니켈 2500t, 코발트 800t을 생산할 수 있다. 올해 매출 규모는 1100억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폐배터리는 크게 재활용(Recycle)과 재사용(Reuse)으로 나뉜다. 재활용은 폐배터리에서 값비싼 원자재를 추출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폐배터리를 방전시킨 후 양극, 음극, 분리막 등으로 분해해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원재료를 회수한다.

이에 비해 재사용은 수명을 다하지 않은 배터리 상태를 점검한 뒤 ESS(에너지 저장 장치)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잔존 성능이 70~80% 이상이면 ESS 등에 재사용하고, 50% 이하면 필수 광물을 재활용하는 식이다.

이 중 포스코그룹은 재활용 시장에 집중해왔다. 배터리 필수 광물을 회수해 포스코퓨처엠 등 계열사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상·하공정 기술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 상공정은 전기차에서 폐배터리를 회수, 분해해 열처리를 거친 뒤 이를 블랙파우더로 만드는 과정이다. 하공정은 블랙파우더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용매 추출 공정을 통해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원료를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재활용 기술 고도화를 위해 차세대 공정 개발도 추진 중이다. 기존 공정에서 모듈, 팩을 처리할 때 수작업으로 해체해야 했다면, 차세대 공정은 해체와 방전이 필요 없는 자동 전처리 공정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30년 535억6900만달러(약 60조원)에서 2040년 1741억2000만달러(약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PLSC 가동에 이어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까지 운영하면서 배터리 재활용 전 과정의 순환 생태계까지 갖췄다. 폐배터리의 대량 처리가 가능한 건식 공정까지 개발하는 만큼 향후 폐배터리 관련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르헨티나 살타주 해발 4000m 고지대에 위치한 포스코그룹 염수리튬 시범 공장 전경. (포스코홀딩스 제공)
우려의 목소리도

수산화리튬 가격 하락세, 주가 거품 논란

포스코그룹이 철강 전문 회사 이미지를 벗고 2차전지 소재 사업 수직계열화에 나섰지만 재계에서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만 해도 t당 7만달러를 웃돌던 수산화리튬 가격은 최근 4만7000달러까지 떨어졌다. 경기 침체 우려로 글로벌 전기차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데다, 전 세계 각국이 리튬 확보전에 뛰어들면서 공급망이 다변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원재료 가격 하락이 장기화하면 배터리, 전기차 할인 경쟁이 격화돼 배터리 소재 업체 매출이 감소할 우려가 크다.

2차전지 테마 열풍을 타고 포스코그룹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거품 붕괴 우려도 나온다. 교보증권은 최근 포스코홀딩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실적 개선 기대감보다 2차전지 테마, 수급 쏠림에 따라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올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인 동시에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 1위에도 올랐다.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포스코홀딩스 실적이 불안한 데다 그룹 지주사로서 배당 기여가 없는 사업 부문의 미래 가치에 과도한 가격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최정우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그룹이 각종 논란을 딛고 2차전지 소재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재계 관심이 뜨겁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6호 (2023.04.26~2023.05.02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