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의 또 다른 '북핵 대응' 카드…北 '아픈 곳’ 인권 찌른다
한·미 정상이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북공조 강화에 방점을 찍는다. 양국은 북한에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다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25일 밝혔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양국은 북한 정권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를 북핵과 함께 양국 간 공조를 강화해야 하는 분야로 꼽았다. 이와 관련 백악관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방식에 있어서 대북정책 공조와 인권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회담 이후 한·미가 자유, 법치와 같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관점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더욱 한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가장 취약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촉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통일부는 한·미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직전인 이날 오후 '2023 북한인권보고서'의 영문판을 공개했다. 보고서엔 지난 6년간 탈북민이 직접 증언한 김정은 정권의 인권 유린 사례가 고스란히 담겼다. 앞서 윤 대통령은 보고서 발간 사실을 알리며 "북한 주민의 처참한 인권 유린의 실상이 국제사회에 낱낱이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기 위한 한·미 공조가 가시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아킬레스건으로 여기는 인권 문제를 언급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한·미가 군사적인 대응 외에 장기적인 외교전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권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방미에선 북한의 해외 돈줄을 죄기 위한 다각적인 협력방안도 다뤄진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은 물론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까지 겨냥한 포석이다. 여기에는 북한의 새로운 돈줄로 떠오르고 있는 암호 화폐 해킹을 비롯한 사이버 범죄는 물론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주요 외화벌이로 창구로 자리매김한 해외 노동자 파견 문제 등 다각적인 대북 경제제재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양국 간 대북 공조도 전방위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에 있는 나사(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 방문해 "양국 간 우주동맹이 우주기술, 경제 분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주안보 분야로도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 자리에서 우주 분야의 민간ㆍ경제ㆍ국가안보 등 모든 영역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새로운 안보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우주에서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비롯한 북한의 위협에 한·미가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신호다.
실제로 한국은 '425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에 있는 우주군기지에서 군사정찰용 위성 '1호기'를 발사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적외선장비(IR) 탑재 위성 1기를 전력화하는 425사업이 완료된다면 한국군은 자체적으로 2시간 간격으로 북한 내 미사일기지·핵실험장 등 주요시설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는데, 이를 위해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우주 분야는 양국 간 협력에서 중요한 영역"이라며 "한국이 우주 분야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관련 기술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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