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실적에 흔들리는 美증시…IT·소매 '웃고' 은행 '울고' [GO WEST]
2. 고물가에도 웃은 '소매주'
3. 되살아난 '은행리스크'
[한국경제TV 박찬휘 기자]
<앵커>
글로벌 경제와 증시, 기업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GO WEST' 시간입니다.
글로벌콘텐츠부 박찬휘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미국 증시 1분기 어닝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간밤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쏟아졌는데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역시 시장이 가장 주목한 것은 장 마감 이후에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이었습니다.
<기자>
네. 두 기업 모두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전날 위태로웠던 미국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습니다.
전날 미국 증시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어닝 쇼크에 은행 리스크가 다시 떠오르며 일제히 하락했는데요.
장 마감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미국 선물 지수를 견인했습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실적은 잠시 뒤에 자세히 살펴보고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실적 먼저 들여다보겠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1분기(회계연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오른 528억 달러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도 10% 상승했습니다.
특히 애저를 비롯한 클라우드 부문에서 220억 8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점이 주요했는데요.
월가 전문가들은 클라우드 부문이 '레드 오션'이라고 지적해왔지만, 우려와 달리 매출이 전년 대비 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더해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앞서 월가에서는 1분기 매출이 511억 달러로 소폭 증가하고 주당순이익은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부정적인 전망 속에 정규장에서 2%대 하락 마감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8.5% 급등했습니다.
<앵커>
알파벳의 실적은 어땠나요?
<기자>
알파벳도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주당순이익은 전년 대비 4.8% 줄었지만, 같은 기간 매출이 2.6% 늘었는데요.
알파벳은 우려했던 광고 매출이 545억 달러로 2분기 연속 감소했지만, 클라우드 부문에서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선방했습니다.
알파벳의 클라우드 사업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74억 5천만 달러, 1억9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자사주 매입에 700억 달러, 우리 돈 93조 9,400억 원을 쏟아 붓겠다고 발표한 점도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알파벳은 지난해에도 자사주 매입에 700억 달러를 투입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규장에서 2% 하락했던 알파벳은 시간외 거래에서 1.4% 반등했습니다.
<앵커>
월가에서는 이번 실적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나요?
<기자>
월가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입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레퀴지트캐피털은 "빅테크 기업 실적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점은 광고 매출과 AI 사업에 대한 전망"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모두 광고 부문 매출이 부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올해 빅테크 기업의 영업이익이 평균 14.9%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4분기 연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겁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빅테크 기업들의 높은 PER(주가수익비율) 때문인데요.
현재 엔비디아의 경우 PER이 무려 150배에 달하고, 테슬라 48배, 마이크로소프트의 31배 등입니다.
이는 S&P500과 나스닥 지수 PER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이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문 업체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빅테크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호실적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는데요.
그러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더라도 이를 반기기 보단 증시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앵커>
어제 빅테크 말고도 호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이 있었죠.
<기자>
네. 맥도날드, 펩시코 등 소매주들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고물가 속에 각종 제품 가격이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소비를 늘렸기 때문입니다.
맥도날드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습니다.
특히 소매주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는 동일 매장 매출도 같은 기간 12.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가에서는 "맥도날드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상쇄하기 위해 햄버거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고객 소비가 더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경기 불황 시기에는 패스트푸드 기업의 매출이 더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펩시코 역시 패스트푸드 기업 매출 확대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최근 펩시 콜라 가격을 13% 넘게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증가한 겁니다.
펩시코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 올랐고, 주당순이익은 16%나 늘었습니다.
이 밖에 자동차 기업 GM과 생활용품 제조업체 킴벌리클라크도 수요 증가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앵커>
월가의 분석은 어떤가요?
<기자>
네. 빅테크 기업과 마찬가지로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소매주에 대한 월가의 평가는 조심스러웠습니다.
코로나19 사태 해소 이후 소비자들의 지출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 것은 맞지만,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하는데요.
월가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수용치가 곧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소비자들이 하나 둘 지갑을 닫으면서 소매주들도 실적 쇼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렇게 호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이 많았는데 미국 증시는 결국 하락 마감했습니다.
잠잠했던 금융권 리스크가 다시 떠올랐죠.
<기자> 맞습니다. 전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은행 리스크를 다시 키웠는데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현지시간 24일 장 마감 이후 실적 발표에서 현재 예금보유액이 1,044억 7천만 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40% 넘게 줄었다고 밝혔는데요.
시장 예상치였던 1,450억 달러에도 한참 부족했습니다.
심지어 남은 예금에는 대형 은행들이 안정을 위해 맡긴 공동 예금 300억 달러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실제 예금 이탈율은 57%에 달합니다.
절반 넘게 빠져나갔다는 거죠.
실적을 살펴보면, 1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전년 대비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24일 실적 공개 전 정규장에서 12% 올랐던 주가는 하루 만에 50% 가까이 폭락하며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은행권 리스크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네. 시장에서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실적이 생각보다 더 부진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지난 3월 말에 발생했던 은행 파산 사태가 우려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보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을 확인한 다른 은행이 대출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는 경기침체의 전조현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올해는 더 이상 대출이 어렵다거나 대출 금리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잠잠했던 은행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이번 5월 FOMC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조금씩 나오는데요.
실제로 페드워치에 따르면, 5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는 견해는 전날 10%에서 오늘 19%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실적 발표 이후 하루 새 10%p나 올랐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글로벌콘텐츠부 박찬휘 기자였습니다.
박찬휘 기자 pch8477@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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