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우영 작가와 소송전' 형설앤 "언론에 나오는 이우영 측 주장 90%가 거짓말"
"설전 오가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 대응 자제했던 것…이우영 형제, 2019년부터 여론전"
"애초에 원작자들끼리 갈등으로 시작된 소송…형설앤 주장 관련 근거 자료 모두 제시 가능"
"형설앤 탓에 극단 선택? 이해 불가…갑자기 진행한 소송도 아니고, 4년째 이어온 소송"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故) 이우영 작가의 극단 선택을 기점으로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출범했다. 대책위 측은 "검정고무신 사업을 담당한 캐릭터 업체 형설앤 측의 잘못이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 작가는 형설앤과 3년 넘게 저작권 분쟁을 벌여오고 있었다.
특히 이 작가는 <검정 고무신> '매절 계약' 때문에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매절 계약은 출판사가 저작자에게 일정 금액만 지급하고 나면 향후 저작물 이용을 통해 얻는 수익을 모두 독점하는 것을 일컫는다.
데일리안은 논란의 중심에 선 형설앤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24일 형설앤 정종민 전무와 만남을 가졌다. 인터뷰 질문지는 형설앤 측의 입장을 그대로 듣기 위해 따로 제공하지 않았다. 정 전무는 답변 과정에서 입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선 자료를 제시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정 전무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이우영 작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2건을 취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선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게 더 옳다는 이유였다. 동시에 원작자인 이우영, 이우진 그림 작가와 이영일 글 작가 간의 소송이 갈등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무는 특히 "언론에 나오는 이우영 측 주장의 90%가 거짓말"이라며 "다른 언론사에게도 언제든지 주장에 대한 반박 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데일리안과 형설앤 정종민 전무와의 인터뷰 전문.
-전무님이 형설앤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무엇인가.
"출판사와 상관없이 형설앤 이라는 캐릭터 사업을 하는 법인이 있다. 여기서 총괄을 하고 있다. 검정 고무신은 2004년 이후로는 제가 거의 관여해서 진행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내용들은 제가 다 알고 있기에 형설앤 측을 대표해서 나왔다"
-故이우영 작가가 사망하며 근 한달간 형설출판사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네티즌들은 형설앤을향해 "악덕 기업이다"며 퇴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같은 여론에 대해 형설앤측은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다.
"그림 작가분들이 2019년부터 언론 플레이를 많이 했고, 말하고 있는 주장 대부분은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내용이다. 다만,인터넷에서 설전이 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최대한 대응을 자제하고 있었다. 그분들이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4기가 동의 없이 제작되었다는 주장부터 시작했다. 이후엔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각서나 설정 계약서가 위조됐다'는 주장도 했다. 이외에도 '검정 고무신으로 받은 돈이 400만원밖에 안 된다'고 1년 동안 언론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저희는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저희가 2015년부터 검정 고무신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산을 해왔다. 그분들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00만 원만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형설앤은 앞전인 2015년도에 돈을 입금했고, 2020년과 2021년 그리고 2022년에는 돈을 더 많이 입금했다. 다른 연도는 배제하고, 특정 시기만 잘라서 얘기를 하고 있다. 이처럼 대중들로 하여금 '받은 총 금액이 400만원이다'라고 생각하게끔 언론을 통해 유도하고 있다"
- 대책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2건의 민사 소송을 모두 취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혹시 취하할 계획이 있는가?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현재 형설출판사는 故이우영 작가가 형설앤 측에 검정고무신과 관련한 저작권을 모두 넘겼음에도 저작물에 대한 창작 활동을 개시했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사실관계를 따졌을 때, 그분들 주장이 다 맞다면 당연히 그분들이 소송에서 승소할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법원에서 승패를 판단 받는 게 더 떳떳하지 않는가. 그리고 애당초 이 소송의 시작점도 원작자 네 분간에 합의가 안 이뤄져서 시작됐다. 말로는 해결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얘기가 나왔고, '법적 판단을 받아보자'는 결론에 도달해 소송이 시작됐다"
-법적 공방을 통해 사실 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인가. 대화로 해결하거나 대책위 측과 협의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낮은 건가.
"처음에 그분들이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부터 형설앤 측은 법적으로 가지 말고,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세 번이나 미팅을 진행했다. 대중들도 이 소송을 출판사와 그림 작가 간의 분쟁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이영일 작가가 먼저 그림 작가인 이우영, 이우진 작가를 상대로 형사 고소를 진행하며 시작됐다. 즉, 원작자 간의 소송이 갈등의 시작점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그림을 그린 이우영 작가와 글을 쓴 이영일 작가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독자들도 있다. 형설앤 측에서는 이 두 분 입장이 달라 작품이 미뤄지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그런 일이 잦았는가.
"이영일 작가는 저희에게 '글 쓰는 작업을 할 때, 고통이 너무 심하다'고 말하곤 했다. 보통 짧으면 3개월에서 길면 6개월 정도 고민을 해서 스토리를 그림 작가에게 준다. 그러면 그림 작가들은 그러면 2~3주 안에 작업을 마치곤 했다. 이영일 작가는 이런 부분을 언급하며 불만을 표하곤 했다. 또 이우영 이우진 형제가 컬러링(흑백 그림에 색을 덧입히는 작업)을 못해서 외주를 맡기곤 했는데, 이영일 작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이영일 작가 모르게 이우영 작가 혼자 출판사와 계약하여 출간된 책이 여러권 발견된 적도 있었다.이런 불만이 계속 쌓여서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싸우는 일이 잦았다"
-형설앤 측과 이우영 작가가 맺은 매절 계약이 불공정 계약이냐 아니냐며 논란이 됐다. '매절 계약은 불공정 계약'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사업권 설정 계약서엔 지분을 처음에 서로 나눠 가지면서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다룬 내용만 담겨있다. 또 원작자 두 분하고 저작권 지분을 가지고 있는 두 분이 네 분이서 합의해서 만든 계약서다. 출판사하고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사업권 설정 계약서를 보면 계약 주체가 개인이지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분들이 이런 내용을 오해하게끔 언론에 계속 얘기를 하고 있다"
-대책위 쪽에서는 "작가들이 소송으로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형설앤 측이 극장판 검정고무신 작품을 내고, 캐릭터 상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작가들은 이 두 부분에 대해 동의한 적이 없고, 형설앤 측에서도 고지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인가?
"이우영 작가님께 극장판 사업에 대해서 2018년 만남때 충분히 고지드렸고, 현재 진행중인 사항도 공유드렸다. 또한 2020년과 2022년 극장판 개봉때마다 원작자분께 2000만원의 원작료도 지급했으며, 이우영 작가님 몫으로 1080만원을 지급했다. 극장판으로 만든 부가상품은 없다. 현재 나오고 있는 상품은 애니메이션 계약서에 따라 제작된 상품이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이우영 작가에게 2323만원을 줬다고 밝히신 상황이다. 하지만 이 금액 역시 검정고무신의 그간 인기와 영향력에 비춰봤을 때,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지적이 있다. 형설앤 측에서는 지분 27%에 해당하는 금액을 줬다고 하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희가 애니메이션 사업을 담당한 것은 2015년 부터로, 8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8년간 1억 가량 원작료를 작가님들에게 드렸다. 이 금액에 대해 지분을 나누는 것은 작가님들의 몫이다"
-이우영 작가가 극단 선택을 하기 전, 형설앤 측에 연락해 이 사안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계약 수정 요구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나. 혹은 있었다면, 그때 형설앤 측에서는 어떻게 대응했는가.
"2019년 소송 이후엔 한 번도 서로 연락한 적이 없다. 2018년도에는 형설앤과 이우영 작가가 만나서 얘기한 적이 있다. 그때 대화했던 내용들을 이우영 작가님이 녹취해서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제출된 자료가 전체 분량이 아니라 이우영 작가님 유리한 부분만 일부 발췌하듯 제출했다고 한다. 전체 대화 원본을 보았다면, 저희가 소송이 아니라 원작자분들 중재에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수있을 것이다"
-형설앤 입장에서 현재까지 나온 언론보도를 보며 느낀 감정은 어떠한가.
"언론에 나오는 내용 90%가 거짓말이다. 기자분들도 이우영 작가 측 주장과 형설앤 입장에 대한 증빙 자료를 보고 작성하지 않는 것 같다. 이우영 작가 측 주장에 대한 근거가 없으니 자료가 없는 게 당연하다. 반면 저희는 다른 언론사에게도 자료를 다 제시해 드릴 수 있다"
-유가족에게 사과하거나 저작권 반환을 할 의향이 있는가.
"이번 사태로 제일 피해로 입는 곳이 제작사고, 투자한 회사들이다. 이분들 모두가 검정고무신을 만들어간 사람들이다. 그런데 과연 원작자분들이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하시는지 모르겠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저희가 당연히 사과를 드린다. 특히 이우영 작가 측에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이러 이러한 문제가 잘못이다'고 얘기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지적하면 사과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서 얘기하고 있는 부분들이 다 거짓말이다. 어떤 부분에서 사과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 이우영 작가가 저희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 갑자기 소송을 한 것도 아니고, 4년째 이어오던 소송이다. 심지어 극단 선택을 하기 2주 전에도 이우영 작가님 변호사가 법원에 '직접 피티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소송에 참여하는 와중에) 저희 때문에 극단 선택을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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