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도 '전세사기' 폭탄…동탄에 가봤습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
<앵커>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시작된 이른바 '전세사기 사태'가 전국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도 구도심 빌라촌에서 발생하던 전세사기가 이례적으로 신도시에서도 크게 터졌는데, 전효성 기자가 동탄 신도시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기자> [최근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한 경기도 동탄 신도시 일대에 나와있습니다. 이른바 '빌라왕'에서 시작된 전세사기는 수도권을 거쳐 전국에서 발견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전세사기가 이뤄지고 있는지, 또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은 없는건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삼성전자 직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탄 신도시.
아파트와 오피스텔 밀집지역인데도 이례적으로 대규모 전세사기가 불거졌습니다.
무려 오피스텔 200실을 소유한 부부가 세금 문제로 파산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109건, 다가구·다세대 주택에 비해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오피스텔도 전세사기의 무풍지대가 아닌 셈입니다.
[대규모 전세사기가 연이어 터지며 부동산 시장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높은 빌라와 오피스텔의 경우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상당수 전세 계약은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문제는 전세사기를 기점으로 세입자들이 오피스텔·빌라의 전세계약을 꺼리며 이같은 구조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겁니다.
전세사기 피해 지역의 공인중개업소를 여럿 돌아봤더니, 오랫동안 임대업을 해온 집주인들의 매물도 나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동탄지역 공인중개사: 안 되죠. 전세거래 안 돼요. 보증보험 이하로 (전세가격이) 내려가야 되죠…]
전세라는 제도 자체에 불신이 커진 상황, 본격적인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진형 / 공정주택포럼 대표(경인여대 교수): (전세사기로) 전세 계약자를 물색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기존 세입자의) 전세 자금의 불안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빌라촌에서 시작된 전세사기는 이처럼 수도권 오피스텔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전세사기의 수법이 진화되면서 순식간에 세입자에서 피해자로 바뀌고 있는 점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더니, 기상천외한 수법이 동원됐습니다.
신축 오피스텔을 전세 3억원에 계약한 김영희(가명)씨.
근저당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계약했지만 전세사기에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세계약 당일 갑자기 집주인이 바뀌었고, 새주인은 기획 파산을 노리고 잠적했습니다.
새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는 증빙을 할 수 없게 되다보니 하루 아침에 오피스텔을 무단 점거한 꼴이 돼버린 겁니다.
[김영희(가명) / 전세사기 피해자: 등본을 떼보니까 매매일이 그날(전세 계약일)로 찍혀 있네요. 그러니까 제 전세금으로 이미 세팅돼 있던 바지 사장과 바로 동시 매매해버린 거예요. 그렇게 해버리면 이 건축주는 저한테 돈을 돌려줄 의무가 없어져 버린 거예요.]
또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 이영미(가명)씨.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소송을 진행해 이겼지만 결국 전세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집주인이 가진 재산을 아내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넘기고 위장 이혼을 한 겁니다.
[이영미(가명) / 전세사기 피해자: 이혼한 시점에 나와서 편의점 옆에 게스트하우스 조그만걸 얻어 놨더라고요. 월세가 30만원인데, 그 월세가 와이프 통장에서 빠지고 있더라고요. 여기(재산조회) 나와 있어요. 그게 이혼입니까?]
현재 임대인 부부는 같이 살고 있고, 편의점을 열어 함께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는 수백만원어치 금을 구매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전세금 미반환 임대인: 변명은 안 할게요. 제가 위장이혼해서 나와서 산 지가 조금 됐어요. 처음에 그 돈을 안 해주려고 안 해준게 아니고…]
다음달부터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높아지는데, 오히려 유동성이 불안한 집주인의 파산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은 또 다른 피해를 입게될 세입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보험은 전세가격이 공시가격의 150%이내라면 가입이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시세 1억원 주택에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율을 적용하고(7150만), 여기에 150%를 곱하면 1억 700만원까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겁니다.
시세(1억)보다 높은 역전세(1억 700만)까지 보증보험으로 보장해 준 셈입니다.
다음달부터 이 기준을 126%까지 낮추는데, 이렇게 되면 시세 1억원인 주택의 전셋값은 9천만원 아래여야만 보험가입이 가능합니다.
전세사기를 계기로 보증보험 가입을 원하는 세입자가 대폭 늘며 빌라·오피스텔의 전세 시세는 가입기준 이하로 떨어질 공산이 큽니다.
결과적으로 임대인들은 떨어진 전셋값을 되돌려줘야 하는 셈입니다.
기존 전셋값이 높거나 집이 여러채인 경우 시세 하락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하는 임대인이 속출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은형 /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HUG의 보증 한도에 맞춰서 임대보증금을 낮추는 경우에는 기존 전세 가격과의 차액만큼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여력이 있는 임대인과 없는 임대인이 혼재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기인하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현재까지 전국에서 발견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약 3천명.
정부가 전세사기와 관련한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아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전효성 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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