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충남인권조례 폐지 반대에 함께하는 이유

이정호 2023. 4. 2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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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충남인권조례, 해법은 ⑨]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을 권리를 지키자

주민발의로 어렵게 제정된 충남 인권 기본조례와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릴레이 기고를 통해 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이들의 주장을 검토하고, 인권조례가 만들어온 변화와 성과, 한계를 살핀다. 나아가 다양한 지역민의 목소리를 모아 인권조례가 지자체 행정과 시민의 삶에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자말>

[이정호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아 민주노총 대전·세종충남·충북지역본부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충청권운동본부는 1월 27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 시간 동안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책들은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은 제대로 시행조차 못 해보고 개악될 위기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꾸려 산재사고 처벌 대상과 수위 등 제재 방식 개선 등을 논의한다고 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고용노동부와 검찰, 법원도 윤석열 정부의 눈치를 보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2022년 230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례 중에 기소 의견 송치는 34건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검찰 기소는 11건이라고 한다(24일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 편집자 말).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의무를 이행하도록 처벌을 강화해 강제하자고 했던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이미 실종된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도 개악하겠다고 한다. 2022년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이 안에는 노동계가 요구해온 노동자의 위험작업 중지권 보장, 하청노동자 중대재해 대책 수립,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 보장이 반영돼지 않았다.

역으로 기업에 대한 처벌과 감독을 약화시키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기업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다. 심지어 노동자 제재 규정을 만들어 보급하고, 취업규칙에도 반영하겠다고 하며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등 장시간 노동을 확대 시도를 하며 모든 노동자를 과로사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현장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국민의힘도 합의 하에 추진했던 건설안전특별법은 제정되기는커녕 아예 사라졌고, 화물노동자의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해왔던 안전운임제는 이미 폐지됐다.

헌법에도 보장된 재해 예방과 위험으로부터의 국민에 대한 보호라는 국가의 책무는 굳이 헌법까지 소환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원칙이지만, 기업의 편에 서서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희생시키는 윤석열 정부의 행보는 참담할 뿐이다.

충남 노동자들의 일터는 안전한가

충남의 현실은 어떤가. 2021년 상반기 충남지역 산재사고 사망자는 19명, 2022년 상반기 충남지역 산재사고 사망자는 39명이다. 또한 2023년 1월부터 현재까지 파악된 충남지역 산재사고 사망자는 12명이다. 단기간의 통계를 일반화시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충남지역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워 보인다.

사고원인을 살펴보면, 중량물에 깔려서 사망한 경우가 7명,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사망한 경우가 3명, 기계와 구조물에 끼여서 사망한 경우가 2명이다. 이는 모두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기초적인 조치만 지켜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들이며, 12명의 고인 중 대부분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작은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충남지역의 산재사망사고 만인율(근로자 1만 명 당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이 전국에서 수위권이라는 현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으며, 충남지역의 많은 이들이 고용노동부와 충청남도를 비롯한 지자체에 작은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수립과 행정력 투여가 필요하다는 제기를 이미 여러 차례 해왔다. 하지만 결론은 어떠한가.

고용노동부에 산재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해 사고조사결과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이다. 고용노동부는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수사 중인 사안을 공표할 수 없다고 한다. 개인정보가 아닌 사고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것이며, 기소, 불기소 등 수사결과가 아닌 사고의 진상을 밝히라는 것이라고 수차례 설명했지만 묵묵부답이다. 고인의 유족 분들에게 위로와 법률적 도움 등을 드릴 수 있도록 안내해달라는 것조차 어렵다고 한다.

충청남도에도 작은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수림하고 사업을 펼쳐나갈 것을 계속 요구했다. 하지만 충청남도가 예산까지 배정했던 노동안전보건센터와 노동안전보건회관은 김태흠 도정 출범 이후 일방적으로 백지화됐다.

충청남도에서 거의 유일하게 진행하는 산업안전지킴이의 현장안전점검 사업도 지자체 발주공사에 한정돼 진행된다. 충청남도가 지자체로서 책임있게 작은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담당자의 교체로 사업의 연속성조차 확보되지 않는다.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인권이다
 
▲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충남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 노동자와 시민, 인권활동가들이 함께 중대재해 없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결의하고 있다.
ⓒ 이정호
 
충남도민 인권선언과 충남인권조례, 충남노동안전보건조례에는 충남도민이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노동할 권리가 있으며, 충청남도가 이를 보장할 책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매년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현실에서, 세월호 참사·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이태원 참사 등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이조차 지켜지지 않는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우리 모두가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서 지켜내야 하는 인권이다.

윤석열 정부와 김태흠 도정 출범 이후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후퇴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충남에서 충남인권조례에 대한 폐지 공세가 계속되는 것 역시 인권이 후퇴하고 있는 충남의 참담한 현실 중 한 단면이다.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라는 인권을 지키기 위한 고용노동부와 충청남도를 비롯한 지자체의 책임이 방기되는 현실과 충남인권조례 폐지 등 충남도민의 전반적 인권 역시 위협받고 있는 현실은 결국 한 가지의 흐름으로 귀결된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되는 가치라는 당연한 원칙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는 당연한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 충남도민의 모두의 인권을 보장하는 첫걸음이다. 그래서 우리는 산재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지자체에 요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이며, 동시에 충남인권조례 폐지를 막기 위해 함께 행동하는 것이다.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이를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답게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일 것이다. 충남인권조례 폐지를 막아내기 위해 충남의 많은 이들이 모여 함께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되는 충남을 만들기 위해, 인권이 지켜지는 충남을 만들기 위해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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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정책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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