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시간씩, 4년’… 가족돌봄에 저당잡힌 우울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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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A씨(27)의 어머니는 5년 전 암 진단을 받은 뒤 병원에서 나와 집에서 지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가족돌봄청년 대상 첫 실태조사를 한 결과 A씨처럼 아픈 부모나 형제·자매를 돌보는 이들은 우울감이 나타날 확률(61.5%)이 일반 청년(8.5%) 보다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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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일반보다 7~8배 높아
“정신 상담 등 지속적 관리 필요”
서울에 사는 A씨(27)의 어머니는 5년 전 암 진단을 받은 뒤 병원에서 나와 집에서 지내고 있다. 아버지는 새벽부터 일을 해야 해 어머니 병간호는 A씨의 몫이 됐다. A씨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근무시간이 정해진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다. 모친 곁을 오래 비워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집 근처의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단기 근로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어머니가 침대 낙상사고로 허리가 골절되면서 거동마저 불편해졌고, A씨는 아르바이트마저 그만둬야 했다.
그를 상담한 서서울생명의전화 관계자는 26일 “A씨는 주변 친구들은 저마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성장하는데, 자기만 멈춰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며 “외로움·고립감에 우울증까지 앓고 있지만 ‘부모님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가 가족돌봄청년 대상 첫 실태조사를 한 결과 A씨처럼 아픈 부모나 형제·자매를 돌보는 이들은 우울감이 나타날 확률(61.5%)이 일반 청년(8.5%) 보다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족 중에서 돌봄 시간이 가장 많고, 돌봄 상황을 책임지고 있는 ‘주 돌봄자’인 경우에는 8배가 넘는 70.9%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4만3832명을 설문조사한 뒤 810명에 대해 심층 조사를 진행했다.
가족돌봄청년은 중증질환이나 장애, 정신질환 등을 겪는 가족을 돌보거나 그로 인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13~34세를 뜻한다. 해외에서는 ‘영케어러’(young carer)라고도 부른다.
이들이 아픈 가족을 병간호하고 가사를 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이 넘었다. 평균 돌봄 시간은 주당 21.6시간이었으며, 주돌봄자의 경우 32.8시간에 달했다. 본인이 돌봄 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전제로 희망 시간을 물었더니 주당 평균 14.3시간이라고 답했다.
가족돌봄청년이 돌보는 대상은 조부모(할머니 39.1%·할아버지 22.0%)가 61.1%로 가장 많았고 부모(어머니 24.3%·아버지 22.0%)가 46.3%로 뒤를 이었다. 형제·자매를 돌보는 경우도 25.5%였다. 복수 응답인 점을 고려하면 집안에서 두 명 이상의 가족을 돌보느라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간 돌봄도 문제였다. 조사 대상 절반 이상이 24개월 이상 돌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 돌봄 기간은 4년 가까이(46.1개월) 됐다. 돌봄 유형으로는 설거지 등 가사(68.6%), 시간보내기(63.7%)가 많았고, 이어 병원 동행·약 챙기기, 세안·용변 보조, 이동 돕기 등 순이었다.
서서울생명의전화 관계자는 “가족돌봄청년의 정신 건강을 위해 상담 등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일정 시간 가족 돌봄을 대신 지원해주는 ‘돌봄 서비스’를 확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균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돌봄 부담으로 청년이 미래를 포기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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