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 그러나 뜨뜻한 ‘드림’ [쿡리뷰]

축구선수 윤홍대(박서준)는 지친 청춘이다. 세상을 호령하는 축구선수가 되고픈 그에게 신은 필요 이상의 재능을 주지 않았다. 미칠 듯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1등 선수가 눈앞에 있다. 아무리 달려도 1등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좌절하던 그는 반전을 꾀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PD 이소민(아이유)과 손잡고 홈리스 월드컵 감독에 도전한다. 동상이몽을 가진 두 청춘은 축구의 치읓자도 모르는 홈리스와 함께 지지고 볶는 일상을 보내기 시작한다.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은 시종일관 착하다. 이 영화에는 무리수가 없다. 모험 없이 홈리스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옮겼다.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과 훈련기, 홈리스 개개인 서사를 청정하게 담았다. 화려한 과거 이후 내리막길을 걸은 환동(김종수), 잘못된 선택으로 이혼 후 딸과 떨어져 사는 전효봉(고창석), 첫사랑을 찾아 헤매는 소심한 김인선(이현우), 감성이 충만한 전문수(양현민)… 영화는 이들이 홈리스가 된 이유를 열심히 설명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한 흔적이 묻어난다.

‘드림’은 실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병헌 감독은 실화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칠전팔기 끝에 ‘드림’을 만들었다. 그가 지향한 건 실화가 주는 묵직한 감동이다. 때문에 그가 전작 ‘극한직업’이나 JTBC ‘멜로가 체질’ 등에서 보여준 자잘한 ‘말맛’이나 코미디는 찾아보기 어렵다. 각기 다른 이유로 홈리스 월드컵에 뛰어드는 윤홍대와 이소민에게서 웃을 틈을 마련한 게 전부다. 윤홍대를 연기한 박서준은 망가짐을 두려워 않고 최대한의 웃음을 뽑아낸다. 그의 고군분투에 아이유가 능글맞은 연기로 양념을 치는 정도다. 영화는 더 과감해질 수 있는 여지가 있어도 결코 선을 넘지 않는다. 대신 웃길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한다.

웃음 대신 ‘드림’이 집중한 건 감동이다. 홈리스 개개인의 서사부터 만년 2등 처지인 윤홍대와 학자금 대출로 인생이 정체된 이소민의 이야기를 훑는다. 윤홍대와 이소민은 우리 사회의 청춘을 대변한다. 윤홍대는 철부지 엄마 선자(백지원)를 원망하며 “내겐 엄마가 충치”라고 일갈하면서도, 엄마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홈리스 월드컵 다큐멘터리에 모든 걸 내건 이소민은 냉소적으로 굴다가도 절박하게 매달리고 분노한다. 구질구질해 보이던 이 청춘들은 제 처지를 자조하면서도 열심히 나아간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란 말은 하지 않을게요. 넘어지면 자빠뜨려!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윤홍대가 홈리스 선수들에게 전하는 격려는 우리 모두에게도 통용된다. ‘드림’은 현실 청춘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담으며 위트 있게 위로를 전한다.

속도감은 다소 아쉽다. 실화를 충실히 재현하다 보니 무게감이 후반부에 쏠린 감이 있다. 초반부의 빠른 전개와 달리 홈리스 월드컵이 시작한 이후부터 전개가 더디다. 비슷한 경기 장면이 거듭 이어지며 집중을 저해한다. 선수들의 투혼을 열띤 해설로 세세히 짚어낸다. ‘드림’으로 전하려던 메시지를 후반에 쏟아내다 보니 다소 버겁기도 한다. 다만 실패를 겪어본 이들의 포기하지 않는 자세는 손뼉 칠 만하다. 실화가 주는 감동에 집중하면 작품을 보다 더 몰입해 즐길 수 있겠다. 한방이 있는 영화다. 뜨뜻미지근해도 기억엔 확실히 남는다. 26일 개봉. 125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