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의, 쌍특검 패스트트랙 제출…총선 1년 앞두고 의기투합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연대해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쌍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26일 진성준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 182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의안과에 두 특검법에 대한 ‘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구서’를 제출했다. 민주당(169명)과 정의당(6명) 의원 전원, 야권 성향 무소속 김홍걸ㆍ민형배ㆍ박완주ㆍ양정숙ㆍ윤미향 의원 5명(김진표 국회의장·양향자 의원 제외), 기본소득당 용혜인,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패스트트랙 요구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 찬성으로 통과되면 늦어도 12월말 본회의에서는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 심사는 국회 소관 상임위(최대 180일)와 본회의 숙려 기간(최대 60일)을 거쳐 최장 240일(8개월)이 소요된다.
쌍특검 세부 사항을 두고 이견을 보이던 민주당과 정의당이 뒤늦게 의기투합한 건 내년 총선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말부터 본격적으로 총선 국면이 시작되는 만큼 12월말 패스트트랙을 거쳐 쌍특검이 출범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50억클럽, 김건희' 특검 이슈가 정국을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 8개월 소요 기간을 고려하면 수치상 4월 임시국회가 패스트트랙 지정의 마지노선이었던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안 수정은 본회의 숙려기간에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특검 추천권이나 수사 범위를 놓고 정의당과 기싸움 하는 건 무의미했다”고 전했다. 쌍특검법은 모두 정의당안으로 추진한다.
김건희 특검법에 유보적이었던 정의당이 입장을 바꾼 점도 눈에 띈다.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50억 클럽 특검과 관련해) 국회 법사위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의힘이 정상 처리 절차 내에서 추진하겠다는 아무런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불가피하게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두 특검에 대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정의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에 부정적 여론이 큰 것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쌍특검을 모두 정의당 안으로 결론내면서 ‘민주당 2중대’ 꼬리표도 일부 탈피한 모양새를 갖췄다.
여권에선 민주당과 정의당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25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쌍특검 추진을 ‘야합’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쌍특검법은 민주당이 정의당과 ‘노란봉투법’을 두고 입법 거래한 작품”이라며 “산적한 민생법안의 처리는 뒤로 한 채 정치적 잇속이나 챙기겠다는 몰염치한 작태를 드러낸 것”이라고 질타했다. 2020년 총선을 1년 앞두고 민주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소수야당이 연합해 연동형 비례제와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였던 사태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다만 쌍특검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내년 총선에 불리할 것은 없다는 판단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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