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영업적자 3.4조 ‘사상 최악’…“바닥 보인다” 긍정론도
한편으론 어닝쇼크(실적 충격)지만 다른 한편으론 ‘바닥이 보인다’는 신호다-. 26일 SK하이닉스가 공시한 1분기 경영 성적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이렇게 요약된다. 현 상황은 부진하지만 반등 기미가 보인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2.22% 오른 8만7400원에 마감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적자가 3조4023억원으로, 2012년 2월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연속 적자로 적자 규모만 5조원 이상이다. 매출은 5조88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해 반토막 이상(58.1%) 줄었다. 다만 시장 전망치보다는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4조8871억원, 영업손실 3조6645억원이었다.
이렇게 11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데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의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반도체 수요 약세가 지속한 데 이어 계절적 비수기까지 더해졌다. 업계에서는 통상 1분기를 비수기로 분류한다. 주요 제품인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0% 감소했으며 평균 판매단가(ASP) 하락률도 10%대 후반이었다. 낸드 출하량 역시 10% 중반 가량 감소했으며 ASP도 10% 하락했다.
SK 편입 이후 11년 만의 최악 적자
회사는 투자 축소와 감산, 비용 감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는 “재고 수준 정상화와 업계 수급 균형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4분기 중 레거시(구형) 및 수익성 낮은 제품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 상황을 고려했을 때 2분기에도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재고가 많은 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고 있다”며 감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투자를 50% 축소해 집행하고 있다. 허리띠 졸라매기에도 나섰다. 지난해 말 비용 효율화를 위해 임원·팀장급의 복리후생비와 활동비·업무추진비 예산을 30~50% 삭감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7일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상태다.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갤럭시S23의 호조에 따라 MX(모바일경험)사업부에서 수익성을 만회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은 이날 사내 경영설명회에서 “(하반기 시장 상황이 개선돼도) 연간으로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감산 영향 2분기 본격화…재고 정상화 기대”
다만 최근 삼성전자가 감산에 돌입한 만큼 SK하이닉스는 시장이 조만간 수급 균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사장은 “모든 공급 업체가 감산에 돌입한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따라 올해 중 재고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부사장)은 “인공지능(AI)용 서버 출하량이나 관련 메모리 증가율은 향후 5년간 최대 40%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D램과 낸드플래시는 금액 기준으로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 재고는 내년 중반에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영업손실도 시장이 우려하던 5~6조원대 적자보다 양호하다”며 목표 주가를 11만원으로 유지했다.
한편 이날 다른 정보기술(IT) 회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도 이어졌다. 삼성전기는 매출 2조217억원, 영업이익 1400억58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7%, 65.9%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 4조4111억원, 영업적자 1조984억원을 거뒀다. LG이노텍은 매출 4조37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0.4%(1453억원) 줄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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