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보수·수당 집행 불가"… 허베이조합에 칼 빼든 공동모금회

김동이 2023. 4. 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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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집행 규제' 승인해 조합에 통보... "정상화 힘들다" 판단에 인가 취소 수순 밟는 듯

[김동이 기자]

 
▲ 사면초가에 빠진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사업의 정상화가 힘들다”는 판단을 한 해양수산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자금집행규제에 들어갔다. 해수부는 허베이조합의 유일한 관리감독기관이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허베이조합에 기금을 배분한 기관으로, 이 두 기관의 실효적 조치에 따라 조합은 사면초가에 빠지게됐다.
ⓒ 김동이
 
"자금집행 규제와 관련하여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자금집행 승인이 이루어질 예정이오니 수행기관(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최소한의 자금집행 범위 내로 자금집행계획서를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7년 허베이스피릿호 원유유출 사고 후 지역복원을 위해 만들어진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 2024억원의 삼성지역발전기금을 배분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허베이조합에 '자금집행 규제' 결정을 내리고 이를 조합에 공문으로 통보했다.

해당 공문에는 최소한의 자금집행계획서를 제출할 것으로 요청하는 한편 2023년 4월 20일 이후 추진 중인 신규·대규모 사업 잠정 중단과 함께 임원 보수와 수당 집행도 불가하다는 통보를 내렸다.

공동모금회가 이번 조치를 내린 배경에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지속되고 있는 내부갈등과 사업계획 부재로 "사업의 정상화가 힘들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재 승인한 이유 살펴보니

또, 허베이조합과 공동모금회간 삼성지역발전기금 배분에 앞서 체결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사업계획서'도 자금집행 규제의 근거가 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사업 계약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수행기관인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사이 삼성지역발전기금 배분사업에 관한 계약으로, '수행기관'이 '공동모금회'로부터 배분금을 받아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필요한 사항 등을 정하고 있다. '태안원유유출사고 관련 피해민의 복리증진 및 지역공동체 복원사업'을 사업명으로 공동모금회는 허베이조합에 배분금 2024억2895만원을 배분했다. 사업기간도 2019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10년으로 명시했다.

배분사업계획서 제6조에서는 배분금의 조정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배분금 환수가 결정된다면 수행기관은 즉기 배분금을 공동모금회에 반환해야 한다.

제6조에서는 2항에 12개 사유에 포함될 경우 공동모금회가 "수행기관에 대하여 배분금 지급 중단, 기지급한 배분금 환수 및 사업간 조정, 일정기간 배분지원대상 제외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배분금을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한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제23조에 따른 모금회 및 해양수산부의 서류 제출 요청이나 조사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모금회 및 해양수산부의 평가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 ▲평가 결과가 '모금회'의 배분 관련 회규에 따른 조치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 ▲'모금회' 및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서류에 중대한 허위가 있는 경우 ▲사업이 중지되거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행기관의 사업 수행 및 예산 집행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 ▲수행기관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본 계약이 해지된 경우 ▲사업과 관련하여 수행기관이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타 지원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았거나 받기로 확정된 경우. 다만, '모금회'가 사업비의 분담비율을 정하여 국고 등에서 지원을 받도록 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또한 ▲법령상 금지된 행위나 정치·종교적 목적 또는 수익을 목적으로 배분금을 사용한 경우 ▲사업수행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허위로 제출하였을 경우 ▲그 밖에 수행기관이 본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사업의 원만한 수행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다.

또 배분사업계획서 제8조에는 "수행기관은 '모금회'의 심의·결정을 거친 사업계획(예산에 관한 사항 포함)에 따라 사업을 시행하여야 하며, 이를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사전에 해양수산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허베이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종묘매입방류 사업에서 부담해야 하는 10%의 자부담 없이 추진한 것과 관련한 답변을 하면서 공동모금회에 제출한 10년치 사업계획에 대해 "기금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발언을 해 사실상 배분사업계획서가 형식적이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특히, 계획서 제10조에는 "수행기관은 배분금의 관리운영에 있어서 관계법령·정관 및 규칙과 본 계약에서 정한 바를 준수하여야 한다"는 준칙사항도 명시했다.

하지만, 허베이조합은 현재까지 지난해 사업결산은 물론 올해 사업계획조차도 두차례에 걸친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대의원총회가 열리지 못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관련기사 : 허베이조합 임시총회, 법원이 또 제동... '무자격 대의원' '식물조합' 재확인)

유일한 관리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지난 11일 "허베이조합의 금년 사업추진은 4개 지부의 중장기계획을 통합한 조합 전체의 중장기계획 마련 후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조합에 이미 시달하였다"고 밝혀왔다. 이 관계자는 허베이조합이 "정상적인 절차 진행이 어려울 경우 실효적인 조치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준비할 계획임을 알려드린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수부의 실효적 조치 예고 이후 공동모금회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자금집행 규제'로 실효적 조치를 내린 것이다. 관리 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와 삼성지역발전기금을 배분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사업의 정상화가 힘들다"면서 내린 이번의 실효적인 조치가 인가 취소와 기금 회수를 위한 수순으로 보는 태안유류피해민들의 시선도 늘고 있다.

"정상화 힘들다" 판단한 해수부-공동모금회

 
▲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제재에 들어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 2024억원의 삼성지역발전기금을 배분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허베이조합에 ‘자금집행 규제’ 결정을 내리고 이를 조합에 공문으로 통보했다.
ⓒ 김동이
 
앞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3월 27일 제4차 특별위원회를 열고 허베이조합의 자금집행 규제를 검토한 뒤 4월 18일에는 배분분과 실행위원회, 이어 4월 20일에는 이사회를 열어 허베이조합의 자금집행 규제를 승인했다.

공동모금회는 규제 이유로 "삼성중공업 지정기탁 사업과 관련하여 성금(기금) 배분 이후 주민들간 분쟁 및 지부 간 갈등이 지속되고, 현실적인 사업계획 부재로 사업 정상화가 힘들다는 모금회와 해양수산부의 판단에 따라 배분사업계획서 제6조, 제8조, 제10조에 의거해 자금집행 규제가 승인되었다"고 밝혔다.

공동모금회는 허베이조합과 함께 보령시 등 7개 지자체로 묶여진 '재단법인 서해안연합회'에도 자금집행계획서를 제출토록 공문을 내렸다. 공동모금회는 서해안연합회에도 1042억8738만원의 기금을 배분했다. 서해안연합회의 사업기간은 2019년 1월부터 2023년 12월31일까지 5년간이다.

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는 배분사업계획서에 따라 오는 5월 4일까지 2023년 4월 20일 기준 자산목록과 자금집행계획서를 해양수산부에 제출해야 한다. 자금집행계획서에는 신규·대규모 추진사업과 임원 보수·수당 등 집행불가 항목을 제외한 인건비, 관리운영비 등을 5월부터 월별로 산출근거와 신청금액을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공동모금회 측은 "수행기관에서 제출한 자금집행계획서를 해양수산부와 공동모금회에서 검토 및 협의 완료 후 통보할 예정"이라면서 "5월 수행기관별 현장점검 이후 추후 계획을 최종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지역발전기금 태안배분금찾기' 관계자는 "공동모금회의 이번 조치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일반 협동조합과 같이 운영하려했고, 조합 운영을 인가받은 정관이나 규약, 규정대로 하지 않고 일부 임원들이 작성해 공증 받은 협약서대로 운영하는 등 스스로 무너지는 허베이조합을 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허베이조합은 정관과 협약서의 상충으로 인한 본부와 지부간의 권한 다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의 2차 시정명령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신규사업 중단과 임원 보수 집행을 제한한 게 아니라 조합의 전반적인 진단을 위한 수순으로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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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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