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불출석' 국회 인구특위…"증인 채택으로 강제해야"
소득세 감면·목적세 도입 등 제안
이민청 설립 관련 촘촘한 방안 주문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에서 각 부처 장관들의 잦은 불출석으로 인해 회의가 자꾸 연기되자 상임위원회 증인으로 출석하게끔 강제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인구특위는 특위에서 논의되는 법안들이 개별 상임위원회와 중복될 수 있어 운영을 위한 소위원회와 자체적 정책 개발을 위한 소위원회로 나누기로 했다.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구특위 3차 회의는 기획재정부·국방부·국토교통부·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와 위원들 질의로 진행됐다. 이날 장관이 참석할 것으로 예정됐으나 이종섭 국방장관만 출석했다. 나머지 장관들은 사유를 냈고, 차관들이 자리를 대신했다. 기재부, 문체부 장관은 대통령 미국 순방에 동행했고, 국토부 장관은 경기 용인에서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회의, 법무부 장관은 주한영국대사 접견 등 사유로 회의에 나오지 않았다.
인구특위 야당 간사인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부 장관도 다른 일정이 있어 업무보고만 하고 가는데 거의 불출석에 가깝다"면서 "회의를 2주 전에 소집했음에도 불가피하게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장관들을 빼고 나머지 장관들은 이미 일정에 반영돼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대통령께서 인구위기를 강조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요구했으나 대통령과 정부가 인구 위기 의식이 없거나 아님 국회 무시, 국회가 독단적으로 인구위기 정책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제2조에 따라 증인 출석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렇게까지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면서 "위원장께서는 해당 국무위원들께서 참석하셔서 인구특위 위원들께서 제안하고 질의하는 것에 대해 채임 있게 답변하고 책임 있게 정책 방향을 말씀해주는 자리가 될 수 있게끔 해당 부처에 강하게 요청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도 "정부에서 구두상으로 (인구위기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 명확하다"면서 "인구특위 회의 일정 자체가 2회에 걸쳐 연기가 됐고, 그 이유는 장관 일정을 조율하느라 연기가 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 부처 장관이 불참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런 파행적인 위원회 운영이 되지 않도록 여당에서 담보를 좀 해주셔야 한다"며 "안되면 최악의 경우 증인 채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충분한 업무보고 자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기재부가 업무보고 한 자료를 보면 이민 정책 수립은 기재부가 하는 것도 아니고 중기 교원 수급 계획도 기재부가 하는 것이 아닌데 기재부가 주관한다고 했다"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그냥 이대로 갖다 붙여서 업무보고에 내는 것은 굉장히 상의가 없다"고 꼬집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은 "필요하다면 대통령도 국회에 와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회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정도로 출발부터 정부와 국회가 대단한 각오를 세우지 않으면 또다시 흘러간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영선 위원장은 이에 대해 "오늘 질의를 하고 다음 번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출석하지 않은) 장관을 한 번 더 부르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위원회 소위를 2개 정도 나누면 어떨까 싶다"면서 "위원회 전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해서 무슨 결론을 내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이런 운영의 측면이 하나 있고, 위원회 자체의 정책 제도 개발 및 촉구, 사회적 연계 활동 등을 통해 법을 어떻게 고칠지 논의하는 소위로 나뉘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소득세 감면 등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은 "우리 바로 위 저출산 국가인 이탈리아는 최근 두 자녀 이상 소득세 면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헝가리도 4명 이상 자녀 소득세를 면제한 선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기재부가 조금 더 파격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가족구성원 수를 과세 표준으로 해서 세액을 n분하고 그 구성원 수를 곱해서 n승하는 감면 방안이 있다"면서 "조세 구조가 누진적이라 이 방법이 가족 수가 커지면 세금 감면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혜택이 커진다"면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목적세를 거두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저소득층 복지 서비스가 완벽해지기 위해 재원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느냐"며 "기재부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재원 부과 대상에 대해서 심사숙고 해서 대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사회 지출(Social Expenditure) 업데이트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 사회복지 지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3%로, OECD 평균의 60% 수준이다. 한국(12.3%)은 코스타리카와 같은 비중으로, 이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칠레(11.7%), 멕시코(7.4%)뿐이다.
또 2030 세대를 위한 저출산 대책이 새롭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MZ세대라고 불리는 세대들이 혼인 적령기가 된 시점부터 혼인 건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면서 "비혼, 이혼이 자연스럽고 결혼에 대한 의무감이 낮다. 젠더갈등도 심한데 무슨 유인을 통해 출산율을 높일 수 있겠느냐"고 질의했다. 이어 "저출산 기본 계획을 재수정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MZ 세대들을 큰 틀에서 이해하면서 정책 고민은 필요하다"면서 "세대가 고민하는 부분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출생 대책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이민청 설립과 관한 질의도 이어졌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이민청 신설 과정에서 다문화가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과정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부터 시작해 3D 노동 인력 부족으로 이어져 이제는 인구위기 대응 수단 방법으로 얘기하는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요소 많다"면서 "이민청 신설이 노동인력 대처 아닌 새로운 인구 국적 취득자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캠페인 등을 통한 사회문화적인 대책도 마련을 촉구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와 함께 엄마 성 따르기 제도의 어려움 등을 강조했다. 김영선 인구특위원장은 "문체부 업무보고에는 저출산 대책이 거의 나와 있지 않다"면서 "저출산을 극복한 나라들은 저출산의 심리적인 요인, 가치관을 극복하면서 이뤄낼 것이라고 하니 외국 사례까지 연구를 해서 업무보고를 새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기재부 차관에게 "저출산, 육아나 보육 캠페인이 전혀 없었다"면서 "올해 예산에 최소한 워라밸,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출산 보육 지원 대책 등 각 부처별로 캠페인 예산 배정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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