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설문 땐 “돈보다 ‘칼퇴’” 응답 70%… 尹정부 조사는 다를까
2년 전 주52시간제 관련 조사 땐
워라밸 중요 추세 확인
이정식 장관 “노사 공감 방안 찾겠다”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과 관련해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추진하면서 해당 조사에 들어갈 문항과 설문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약 2년 전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주52시간제 관련 설문에서는 제도 시행에 대한 긍정적 여론과 ‘워라밸(일 생활 균형)’을 중요시하는 추세가 확인됐다. 올해 대규모 설문조사에선 주52시간제 현황과 근로시간 제도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국민 의견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지난 24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과 관련한 6000명 설문조사 및 FGI(심층 면접조사)를 수행할 위탁업체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고용부는 다음 달 8일까지 제안서를 받아 10일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설문조사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 국민 인식조사, 노·사를 대상으로 한 근로시간 제도 현황 및 정책 수요조사로 이뤄진다. 설문조사에 투입되는 예산만 4억1000만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고용부는 약 2년 전인 2021년 11월에도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해 ‘주 최대 52시간제’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상은 전국 만 19세 이상 80세 미만 일반 국민 1300명이었다.
당시 고용부는 “주52시간제 전면 시행 5개월이 지나는 시점에서 전반적인 국민들의 인식을 살펴보고 앞으로 정책에 참고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자 71.0%가 주52시간제 시행이 ‘잘한 일’이라고 답했다. ‘잘못한 일’이란 응답은 19.3%로 나타났다. 임금근로자의 경우 77.8%가 ‘잘한 일’, 15.7%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효과에 관해선 국민 55.9%가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다. ‘좋아졌다’는 33.2%였고 ‘나빠졌다’는 8.3%에 그쳤다. 여가시간과 관련해서도 64.4%는 ‘변화가 거의 없다’고 답했다. ‘늘어났다’는 의견은 31.2%를 차지했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인식을 묻자 국민 55.8%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일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일을 많이 하는 이유는 ‘업무가 많아서’가 46.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적정 소득을 위해’(27.8%), ‘비효율적인 업무 진행’(20.1%), ‘본인의 성취‧만족을 위해’(3.6%) 순이었다.
국민 70.3%는 ‘정시 퇴근해 여가를 즐기겠다’고 답했다. ‘초과근무해 임금을 더 받겠다’는 의견(28.7%)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임금근로자의 경우 76.1%가 ‘정시퇴근해서 여가를 즐기겠다’는 응답을 선택했다.
연장근로에 따른 임금보다 정시퇴근을 선호하는 경향은 고령층보다 젊은층에서 두드러졌으나, 전 연령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19~29세 71.1%, 30대 80.6%, 40대 69.7%, 50대 73.6%, 60세 이상 61.1%다.
일과 개인·가정생활에 대해선 ‘둘 다 중요하다’는 응답이 65.6%였다. ‘일’(4.7%)보다는 ‘개인·가정생활’(29.4%)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은 연장근로 관리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해 일이 몰릴 때 최대 주 69시간까지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적을 때 장기휴가를 갈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청년을 비롯한 사회 각층에서 거센 반발이 쏟아지면서 입법예고를 마쳤음에도 개편안이 표류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청년 의견수렴’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접촉했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도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MZ노조’로 불리는 이들은 지금도 주52시간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장시간 근로가 만연하고, 자유로운 휴가 사용도 어려워 개편안에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고용부는 근로자의 정당한 휴식 보장이나 소위 ‘공짜노동’으로 불리는 포괄임금 근절 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만 마련된다면 현행 개편안이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 설문조사는 오는 8월까지 진행된다. 고용부는 조사결과를 반영해 보완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17일 “이번 설문조사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서울대 사회과학 연구소에서 시행한 대규모 설문조사 이후 노사 관계 제도와 관련한 최대 규모 조사”라며 “노사와 전문가, 청년 등 의견을 다 들어서 균형 있는 설문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설문조사는 정부 개편안에 대한 생각, 보완점, 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묻는 문항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광범위한 의견을 토대로 국민이 정말 안심하고 노사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9월 정기국회에서 (보완된 입법이)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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