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24년 전 아들 그림에서 채굴한 헬로키티 NFT
5월 17일까지,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
1999년 이미지 조합한 신작 선보여
NFT 신작 9점, 온라인 플랫폼서 판매
24년 전,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작품을 세상에 선보인 작가 코디 최(62)는 "알고리즘을 통한 데이터 자가 증식이 예술가의 창조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반세기가 지나고 나서야 미술계에 대체불가토큰(NFT) 페인팅이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시대를 앞서간 그의 작품들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디지털 작업 시초는 아들의 놀이에서 출발했다. 1999년 작가는 당시 유치원생이었던 아들 조이(Joy)가 컴퓨터 드로잉 프로그램 '3D 컬러링 북'으로 디지털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아들이 컴퓨터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디지털 이미지 데이터를 쌓아 실제 모습 또는 상상과는 전혀 다른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현실 이미지와 괴리감 없이 동일시하는 것에 주목했다.
붓이 아닌 마우스, 구상보다는 템플릿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아들의 이미지 작업을 채굴한 작가는 이를 증폭하고 쪼개며 자신만의 '창조 데이터(genesis data)'를 구현한다. 그는 이 데이터를 리좀(rhizome·수평으로 뻗어나가는 뿌리줄기를 지칭하는 말로 위계나 이원론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퍼져나가며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방식)해 적게는 400번, 많게는 수천 번 쌓아 올렸다. 그렇게 작가가 1999년 최초로 선보인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시리즈 '애니멀 토템'(Animal Totem)은 NFT아트가 세상을 휩쓸기 한참 전, 그렇게 대중에게 먼저 찾아왔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두고 "데이터베이스 페인팅은 나만의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를 자가 증식하는 방식으로, 디지털펜으로 그리는 디지털 아트와는 전혀 다른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과거 "21세기 창조의 근원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시작하며, 알고리즘을 통한 데이터 자가증식은 곧 예술가의 창조행위가 될 것"이라 예측했고 이는 주효했다. 이윽고 그는 "지나고 나서 보니 제 작업이 블록체인 기법과 흡사한데 그보다 10년 빨랐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헬로 키티'로 돌아온 그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개인전 '헬로 키티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토템 + NFT’를 진행한다. 페인팅 신작 33점과 NFT 9점을 공개하는 이번 전시 주제인 ‘헬로 키티’는 그의 작품을 보고 전시 서문을 쓴 작가 존 밀러가 붙여준 제목이다. 1974년 아시아권에서 처음 등장한 동물 캐릭터인 '헬로 키티'를 두고 작가는 "토템은 신비로운 미신이 아닌, 주변에 있던 동물을 하나의 상징물로 삼은 공동체가 동물을 중심으로 사회적 결속력을 만드는 것이자 한 사회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며 "X세대에게는 헬로 키티가 서구권의 미키마우스나 도날드덕처럼 상징적인 동물 토템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90년대 작가는 아들이 그린 이미지를 증폭하는 작업을 위해 파일을 플로피 디스크에 넣어 뉴욕 시내를 돌아다니곤 했다. 한 컴퓨터 랩에서 답을 찾았지만 이미지 하나를 증폭하는데 일주일 가까이 소요됐다. 이런 부단한 노력 끝에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 수백 개를 '채굴'할 수 있었다. 그는 1990년대 말 뉴욕에서 활동한 미술비평가 크레이그 오언스의 문장을 언급하며 "만약 사람이 픽셀보다 작아질 수만 있다면 인간이 컴퓨터를 이길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만약 내가 픽셀보다 작아질 수 없다면 거리를 통해 내가 픽셀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전시장에서 만난 그의 작품들은 관객이 거리를 두고 바라볼수록 이미지가 더 선명해졌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NFT 작품 9점은 현재 NFT 플랫폼 오픈씨(Opensea)에서 20이더리움(약 5000만원)에 판매 중으로, 이를 비매품으로 제작해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앞서 그는 1999년 선보인 애니멀 토템 중 호랑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2021년 아트 바젤 홍콩에 1750억원에 출품해 화제가 됐다.
작가는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미국 아트센터디자인대학에서 디자인과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시각 예술가이자 문화이론가로 1980년대 중반부터 활발하게 활동한 그는 1996년에 뉴욕 다이치 프로젝트 개인전 이후 1996년 프랑스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개관 기념 그룹전 등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미술사학자 존 C. 웰치맨의 기획으로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독일 켐니츠 미술관에서 순회 회고전을 개최한 작가는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되며 국내 관객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는 "(NFT 미술은) 현대추상화를 미술로 인정한 인식 전환이 일어난 역사를 되짚어보면, 결국 새로운 개념은 혼란과 혼동, 긍부정의 시간을 한동안 겪겠지만 결국 수용됨을 알 수 있다”며 "내 작업을 통해 젊은 세대가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 작업 기반인 정보는 1999년의 옛것이지만, 지금 젊은 세대가 가진 무한한 정보를 활용한다면 더 재미있고 굉장한 것을 창조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5월 17일까지, PKM갤러리에서 진행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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