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차, 많이' 판 현대차·기아… 고환율이 기름 부었다 (종합)

편은지 2023. 4. 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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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나란히 '분기 사상 최대' … 2분기도 긍정적
고수익 차종, 작년 대기 물량 1분기 대거 털며 수익 확대
미국·인도·유럽 판매 확대… 고환율 효과 톡톡
"리스 확대로 IRA 대응 충분"… 가격 할인 없다
현대차, 기아 양재 사옥 ⓒ데일리안 DB

현대자동차, 기아 형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비싼 차'를 '많이' 팔면서 올해 1분기 나란히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본격적으로 해소되면서 절대적인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내수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인도 등 글로벌 주요 시장 판매가 크게 확대된 가운데 고환율 호재까지 맞아 떨어지면서 안 그래도 좋은 수익성이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기아는 26일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올해 1분기 매출액 23조6907억원, 영업이익2조8740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각각 29.1%, 78.9% 증가했다고 밝혔다. 분기사상 역대 최대치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 역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쓰면서 상장사 영업이익 1위를 꿰찼다. 현대차의 1분기 매출액은 37조 7787억원, 영업이익 3조 59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7%, 영업이익은 무려 86.3% 증가했다.


이는 앞서 증권가에서 추정한 전망치를 두 회사 모두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 기아는 2조3173억원을 예상했지만, 현대차는 약 7000억원, 기아는 약 5500억원을 웃도는 실적을 써냈다.


양사의 호실적은 지난해 쌓였던 대기 물량이 해소됨과 동시에 고수익 차종 중심 판매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다. 반도체 수급난이 대부분 해소되면서 대기물량을 크게 줄였고, 특히 RV·SUV와 제네시스 등 '돈 되는 차종' 중심 판매가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비싼 차'를 중심으로 '많이' 팔아서 '많이' 남긴 셈이다.


여기에 반도체난 해소로 안 그래도 높은 수익이 예상되던 시점에서 고환율 효과는 수익 확대에 기름을 부었다.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276원으로 전년 대비 5.9% 상승했고, 원화가 약세를 보인 점도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실제 현대차는 환율 효과로 영업익 2760억원을, 기아는 2280억원을 더 벌어들였다.

2분기 '사상최대' 이어갈까… "계획 달성 문제 없어"

현대차‧기아는 올 초 제시한 가이던스를 2분기에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는 데다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쌓인 대기물량이 2분기까지 견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1분기 실적이 4분기까지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단기적으로 2분기까지는 유지할수있을거라고 본다"며 "현 시점에서는 반도체 공급 이슈가 없어 생산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판매추이도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해외 시장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 역시 2분기 호실적을 예상케하는 요소다.


실제 현대차의 1분기 미국 도매 기준 판매는 전년 대비 30% 증가했으며 특히 SUV, 전기차가 각각 28%, 36% 늘었다. 유럽 권역 역시 같은 기간 10.7% 증가했다. 기아 역시 미국 도매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1.8% 늘었고, 인도 역시 전년 대비 24.4%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급증했던 원자재 가격이 올해 초부터 하락세를 보이면서 재료비에 대한 부담도 점차 덜게 될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니켈, 리튬 등의 시장 시세가 낮아지면서 2분기는 물론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원자재 가격이 작년 3~4분기 증가했다가 올 초부터 내려가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주요 원재료인 니켈, 리튬도 시장 시세가 훨씬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보다도 EV부분 수익성은 하반기에 재료비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 낮은 인센티브를 유지하며 '제값 받기' 정책을 고수하는 점 역시 수익성에 보탬이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할인 등 판촉 없이도 판매량을 충분히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브랜드력에 대한 자신감이다.


주 부사장은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며 인센티브 등 판촉 경쟁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해도 올해 1분기는 거의 같거나 낮은 인센티브를 유지했다"며 "재료비는 의지에 따라 조절할 수 없지만, 인센티브는 브랜드력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와 회사의 방향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인센티브 관리를 경쟁력있게 가져가려는 계획은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美 IRA·전기차 가격 인하 "대응 충분"… 브랜드력 믿고 간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를 가로막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관련해서는 대응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IRA로 인한 판매량 하락 폭이 크지 않은 데다 미국 시장 내 브랜드 파워가 높아지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서 부사장은 "미국 내 인센티브 경쟁에 노출돼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판매는 줄지않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전기차 이외에 나머지 SUV, 제네시스 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 만큼 IRA 영향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근본적으로 상업용 리스 확대 외에는 아직까지 대응책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 전기차 공장 및 SK온과의 합작 배터리 공장 완공 시점 전까지 리스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면서 내연기관 차로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는 올 1분기 기존 5% 수준이었던 리스비율을 30% 까지 확대했으며, 기아는 1분기 9% 수준으로 유지했던 리스 비율을 2분기부터 25% 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주 부사장은 "IRA 세부지침 발표 이후 실제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조금 떨어졌다. 이는 보조금 자체를 못받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망 정도가 아닐까 예상한다"며 "인센티브, 리스를 적극적으로 나가지않고 소비자 상황 보고있으며 2분기인 4월부터 본격적으로 리스를 확대시키고 있다. 전체적인 물량은 당사가 계획하는 물량 만큼을 리스로 커버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대차, 기아는 글로벌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에는 참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했다. IRA 세부지침 공개에 따라 불리해진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 내 판촉을 확대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에 선을 그은 것이다. 오히려 '제값 받기' 정책을 앞으로도 유지하면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중국의 OEM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상을 휩쓸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우리차의 캐릭터와 강점을 보고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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